[박지웅]일요일 아침 아홉시에는 일요일 아침 아홉시에는 박지웅 일요일 아침 아홉시에는 무단횡단을 하고 싶다 그래도 아무 일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마음이 초록불 빨간불 끄고 이편저편으로 다가가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홉시에는 도로 수십 킬로 미터가 맑은 여울로 바뀌면 좋겠다 바지 둥둥 걷고 들어가 은어 ..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8.03.13
[박지웅]노을다방 노을다방 박지웅 다방에 손님이라곤 노을뿐이다 아가씨들이 빠져나가고 섬은 웃음을 팔지 않는다 바다 일 마친 어부들이 섬의 현관 벗어놓은 어선들 다방 글자가 뜯어진 창으로 물결이 유령처럼 드나들었다 노을이 다방에서 나와 버려진 유리병 속으로 들어간다 몸을 가진 노을은 더 아..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7.12.03
[박지웅]물의 가족 물의 가족 박지웅 발목을 넣자 강이 입을 벌렸다 급히 발을 거두고 이승으로 물러앉았다 저 물은 분명 식욕을 가졌다 손바닥으로 강을 쓸면 어김없이 손가락에 걸려나오는 머리카락들 거기 물의 가족*이 살고 있었다 강이 입양한 아이를 키우려 여자를 불러들이고 여자는 한 사내를 집으..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6.08.24
[박지웅]가축의 정신 가축의 정신 박지웅 소 팔아 상경한 아비가 소처럼 일하고 돌아온 저녁 그림자가 뒤로 천천히 길어지더니 무거운 쟁기처럼 땅에 박히었다 앞장선 아비를 따라 우리는 여물통 같은 한강에 입을 처박았다 그곳에 모인 소 무리를 둘러보며 아비는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하거라 너는 커서 소가..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6.08.23
[박지웅]나비도 무겁다 -나비도 무겁다 박지웅 가구들이 트럭에 올라앉아 몸을 맞춘다 여기저기 끼어드는 불편들이 불편하다 거울은 담에 비스듬히 기대어 처음으로 세 살던 집을 보고 있다 집도 거울을 보고 있다 난생처음 보는 몰골이 뒤숭숭하다 여자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서 부지런히 무언가를 안고 나온..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6.08.17
[박지웅]라일락 전세 -라일락 전세 박지웅 라일락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살림이라곤 바람에 뒤젖히며 열리는 창문들 비 오는 날이면 훌쩍거리던 푸른 천장들 골목으로 들어온 햇살이 공중의 옆구리에 창을 내면 새는 긴 가지를 물어 구름과 집 사이에 걸었다 그렇게 새와 바람이 그린 지도를 손가락으..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6.08.17
[박지웅]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 된다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 된다 박지웅 붙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다 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들키려고 우는 것이다 배짱 한 번 두둑하다 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 통째 걸어 잠근다 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이 여름에 없다 도무지 없다 붙어서 ..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6.08.17
[박지웅]내부의 적 - 내부의 적 박지웅 나 오래전 희망에 등 돌렸네 그날 희망은 내 등에 비수를 꽂았네 그러나 그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비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만이 지켜봐주었네 언젠가 내가 천천히 무대 끝에 섰을 때 그가 내밀던 따뜻한 거짓말이 없었다면 내 삶은 일찌감..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6.07.19
[박지웅] 시집 :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시인의 말> 시인의 말 라일락을 쏟았다 올 겨울, 눈과 나비가 뒤섞여 내리겠다 박지웅 시집 : 문학동네. 2012년. 2쇄 2016년. 詩 읽는 기쁨/박지웅 201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