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애장터 애장터 공광규 입을 꼭 다문 아버지는 죽은 동생을 가마니에 둘둘 말아 앞산 돌밭에 가 당신의 가슴을 아주 눌러놓고 오고 실성한 어머니는 며칠 밤낮을 구구 울며 마을 놑밭을 맨발로 쏘다녔다 비가오는 날마다 누군가 밖에서 구구구 젖을 구걸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머니는 "누구유!.. 詩 읽는 기쁨/공광규 2016.08.23
[공광규]거짓말 - 거짓말 공광규 대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속을 더 크게 비워가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썩히며 텅텅 비워간다 혼자 남은 시골 흙집도 텅 비어있다가 머지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심에 사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머리에 글자를 구겨 박으려고 애쓴다 살림집 평수를 늘리려고 안간.. 詩 읽는 기쁨/공광규 2009.12.03
[공광규]별국 별국 / 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히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 詩 읽는 기쁨/공광규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