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옥]수수밭 - 수수밭 이일옥 수수타래에서 던져진 새들은 붉다 늦가을 햇살이 서남쪽 다리를 건너 외진 곳까지 떠내려 오는 한 때 바람의 안방에서 튀어 오른 것들은 모두 씨앗처럼 단단하다 고전으로 바뀐 잎들과 이미 태양의 길을 버린 채 마른 욕망으로 매달린 견고한 조난들 낮은 구름의 기억도 무심하게 늙.. 詩 읽는 기쁨/이일옥 2010.02.20
[이일옥]수화 - 수 화 이일옥 모녀가 손가락으로 말을 뜨고 있다 그들의 말은 너무나 조용하여 옆에서도 눈치 챌 수 없다 저 지문들 속엔 한 때 필사적으로 내달리던 들판이 있어, 꽃들 앞에선 모든 말들이 엉키기 쉬운 속내를 드러내선 안 된다 세상 어떤 바람이 제 행방을 지워 꽃을 꺼내겠는가 모녀가 손가락을 뽑.. 詩 읽는 기쁨/이일옥 201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