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개미]해맑은 웅덩이 해맑은 웅덩이 김개미 녹슨 꼬챙이 두 개를 먹었습니다 찌그러진 깡통도 한 개 먹었고요 병뚜껑도 다섯 개 먹었습니다 병 쪼가리는 무려 열일곱 개 먹었습니다 돌멩이는 셀수도 없고요 당신도 이리 가까이 오기만 한다면 아프지 않게 한입에 먹어드릴게요 보세요, 이 골목의 하늘도 제가.. 詩 읽는 기쁨/김개미 2018.05.21
[김개미]높은 옥수수밭 높은 옥수수밭 김개미 옥수수밭이 산기슭까지 이어지고 동생과 나는 나무뿌리가 드러난 절개지에 손을 넣었다 깊이 집어넣을수록 젤리같이 고운 황토 우리는 집을 짓고 학교를 짓고 궁전을 짓고 병원을 지었다 노을이 우리의 손목에 붉은 수갑을 채우면 오솔길과도 같은 수백 개의 옥수.. 詩 읽는 기쁨/김개미 2018.05.21
[김개미]절개지에 누워 절개지에 누워 김개미 놀라지 마 비행기는 찬호네 논에 떨어졌어 네 머리에 떨어진 건 흙덩이야 더러워지는 걸 겁내지 마 등짝에 뭐가 기는 것도 겁내지 마 무서운 건 그런 게 아니야 아무래도 넌 턱이 고장난 것 같아 입을 다물지 못하잖아 먼지는 먹어도 돼 해롭지 않아 아직 따뜻한 햇.. 詩 읽는 기쁨/김개미 2018.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