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가족
박지웅
발목을 넣자 강이 입을 벌렸다
급히 발을 거두고 이승으로 물러앉았다
저 물은 분명 식욕을 가졌다
손바닥으로 강을 쓸면
어김없이 손가락에 걸려나오는 머리카락들
거기 물의 가족*이 살고 있었다
강이 입양한 아이를 키우려 여자를 불러들이고
여자는 한 사내를 집으로 끌어들였으리라
물의 본적을 가진 사람들은
언젠가는 물로 돌아가 살게 된다
손바닥으로 물 한 줌 떠올리면
그것은 발자국처럼 몸을 걸어다녔다
강에 귀를 담그면 누군가가 빗질하는 소리
천천히 오래도록 내리는 빗질
내 머리 한 쪽 곱게 빗겨져 있었다
<박지웅시집 :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 문학의 전당. 2012. 2016 2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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