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박지웅

[박지웅]물의 가족

문선정 2016. 8. 24. 21:18

물의 가족


박지웅







발목을 넣자 강이 입을 벌렸다

급히 발을 거두고 이승으로 물러앉았다

저 물은 분명 식욕을 가졌다

손바닥으로 강을 쓸면

어김없이 손가락에 걸려나오는 머리카락들

거기 물의 가족*이 살고 있었다

강이 입양한 아이를 키우려 여자를 불러들이고

여자는 한 사내를 집으로 끌어들였으리라

물의 본적을 가진 사람들은

언젠가는 물로 돌아가 살게 된다

손바닥으로 물 한 줌 떠올리면

그것은 발자국처럼 몸을 걸어다녔다

강에 귀를 담그면 누군가가 빗질하는 소리

천천히 오래도록 내리는 빗질

내 머리 한 쪽 곱게 빗겨져 있었다








<박지웅시집 :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 문학의 전당. 2012. 2016 2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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