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이팝꽃이 피었습니다 이팝꽃이 피었습니다 문선정 1. 4월에도 눈이 내렸다. 폭설이었다. 이상한 날이었다. 한창 피어오르던 산벚꽃 진달래꽃 떨어지는 소리가 싸락싸락 들리는 것 같았다. 꽃잎이 산자락을 적시고 지나간 불안의 거주지에 파국의 용사처럼 혓바닥을 빼물고 있는 수많은 꽃잎들을 가여워 해도 ..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8.05.16
[문선정]시 에세이_ 새와 나무 새와 나무 문선정 그녀의 진혼굿을 하던 날 까마귀 울음소리로 주변이 들썩거렸다 어떤 이는 죽어 새가 된다는데 전생에 새였던 사람이 다시 새가 되어 우리 가슴으로 들어와 살아간다는데 캄캄한 밀실에 갇힌 그녀의 차디찬 슬픔을 읊조리던 무녀는 진혼굿을 하다 말고 붉은 팥이 뿌려..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8.01.26
[문선정]하늘에서 만난 물고기 파란 달이 뜨는 밤이 지나고 이렇게 투명한 햇살을 받으며 춤을 추는 너는, 하늘색 우주복을 입고 바다로 걸어가는 상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음과 몸을 최대한 가볍게 띄우고 가슴과 영혼을 살살 풀어헤치며 생을 보내고 싶은 푸른빛 바다로 걸어가는 꿈. 아마도 저기 매달려 있는 물..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7.11.27
[문선정]바람의 눈물이 닿는 곳에 꽃이 핀다 바람의 눈물이 닿는 곳에 꽃이 핀다 문선정 바람이 분다. 고슬고슬 잘 내려앉던 햇살이 자리를 잡지 못하니 봉긋이 젖꼭지가 부풀은 젊은 매화나무도 곡을 뽑아내며 휘청거리는 것이리라. 이 환한 날 어울리지 않게 온통 흔들리는 풍경 밖으로 물러나 있어도 그네를 타는 것 같아 질끈 눈..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5.06.09
[문선정]솟대, 저 새의 영혼을 놓아주어야 솟대, 저 새의 영혼을 놓아주어야 문선정 요즘 들어 부쩍 나무에 관심이 많아 졌다. 다름 아닌 나무 공방에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나무만 보면 쓰임새에 필요한 모양을 그려도 보고, 낯선 자의 침입을 어쩌지 못하는 나무의 주변을 기웃거리기며 그 생의 내막을 살펴보는 일에 시간을 보..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2.11.22
[문선정]무늬들 무늬들 문선정 장마철 태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저녁 무렵부터 시작될 거라는 속보가 나오는 시간, 잠깐이지만 모습을 드러낸 오후 세시의 하늘이 꼭 스무 살 처녀의 얼굴 같이 푸르다. 푸른 얼굴을 보는 이의 마음도 반짝반짝 빛이 나겠다. 눅눅함을 말리기 위해 활짝 문을 열고 나는 ..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2.07.21
[문선정]너무 아름다운 머리 - 너무 아름다운 머리 문선정 딸아이 옷장 서랍을 정리하다 흰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무엇을 이렇게 소중하게 숨겨 놓았을까.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모근이 상하지 않게 뽑혀진 머리카락, 싹둑 자른 머리카락이 꽤 많이 들어있다. 아, 그렇지. 기억 나. 내 머리카락이야! 4년 전 내 머..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2.05.02
[문선정]시간이 흐릅니다 - 시간이 흐릅니다. 문선정 사방이 노출 되어 있는 길과 끝없이 잇닿아 있는 바람 속을 달려 바다의 문지방 앞에 섰습니다. 저기 비양도 섬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여자는 자신의 발목을 감고 있던 시간들을 탁 털어 내리라 마음먹고 숨을 크게 들이킵니다. 혹여 헝클어진 시간들이 외딴 ..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0.11.06
[문선정]동두천의 가을 - 동두천의 가을(지렁이의 꿈) 문선정 10월인데, 지난해와 같이 때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며 화사했던 날씨가 어느 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이다. 한창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가을꽃의 표정이 일그러진 채 미동도 없다. 그저 추위를 몰고 오는 ..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0.10.30
[문선정]상처가 주는 아름다움 - 상처가 주는 아름다움 문선정 지금이 가을인가. 아니다. 가을은, 모든 것을 내어 줄만한 푸근한 몸짓으로 우리네 곁으로 다가와야 했다. 미처 여물지 못한 곡식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있는 풍경은, 소박한 성찬을 위해 준비한 농부의 꿈이 몸 져 누운 것이리라. 상처 입은 풍경.. 꿈꾸는 항아리.../시시한 수필 - 201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