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정]'혀' 중에서 촛농인 부분 '혀' 중에서 촛농인 부분 어둠에 두둥실 배 한 척, 밤은 돛을 올려라, 입김으로 가는 배, 그대의 심중에 내 혀는 통점뿐인 아코디언이죠 당신은 쫑긋, 두 귀를 펼쳐 가오리가 되구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새 유영할까요 그러나 오늘은 성냥을 그어요 당장 곤두서는 촛불 불꽃의 중심에서 ..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8.03.27
[임재정]어때요, 모란 어때요, 모란 임재정 소풍 가자- 손나팔만 해도 짠! 펼쳐지는 샛길 같은 데, 뿌리채 뽑혀 와 복사꽃 살구꽃은 꽃답게 팡 팡, 한길 저쪽에 신호를 기다리며 달뜬 나비들도 많았죠 좁은 듯 넓은 모란은 아련하기가 옛이야긴데, 오른편으로 식육용 개가 왼편으론 애완용 개들이 저마다 코를 ..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8.03.22
[임재정]내연 기관들 내연기관들 임재정 1 둘을 손잡게 한 것은 난로였어요 불이 탈 때 빈방은 부풀죠 내가 당신을 땔깜으로 쓸 동안 빈방이라는 것은 누군가 머무른 적이 있기 때문 2 기적처럼 들끓는 난로 나는 불꽃을 손질하죠 불꽃은 반대편을 일으키고 당신을 마주 앉힙니다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한 주전..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8.03.21
[임재정]나비 나비 임재정 1 움켰던 주먹을 펴 봄이 온다면, 낮잠에 든 장자가 나비 날개를 얻었다면, 그것은 울 안 복숭아나무에 앉았던 분홍 2 나비 겹눈으로 여미던 삼천 조각의 나를 당신이 외면한다 오늘 당신은 달아나는 중이므로 내 질문은 대상을 잃는다 이후 당신은 밀물과 썰물로 되풀이되는 ..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8.03.19
[임재정]달달당국記 달달당국記 임재정 당신이라고 말할 때 입속은 온통 분자구조로 바뀌죠 이런, 말은 당분의 중요 성분 당신이 나를 '나의 소중한' 으로 침 발라버릴 때 그만 멕시코만을 나서는 설탕 수송선을 빼돌렸어요 거듭 당신이 나를 부르죠 대답할 때마다 나는 금세 나와 나와 나의 포도송이로 다닥..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8.03.19
임재정시집 /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 임재정선생님의 첫시집이 나왔다. 문예중앙시선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 임재정선생님 첫시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온 지구를 누비며 스패너가 날아다니기를 바랍니다. ^^ 3월 10일(토) 양작식구들과 소소한 축하자리... 임재정 시집 『내가 스..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8.03.13
[임재정]몸시 구릿한 이야기 몹시 구릿한 이야기 임재정 1. 춘천 어느 닭갈비집에는 양변기 두 개 나란한 화장실이 있어요 거기서 나는 당신 구린내를 연료로 날아오르는, 희고 둥근 엉덩이 로켓을 보았습니다만, 안녕? 그때 건넨 나의 인사는 로켓에 대한 어떤 예우였을까요 어떤 좌표를 가졌기에 우린 발사대에 마주..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8.02.20
[임재정]질서라고 부르는 경험 질서라고 부르는 경험 임재정 그것은 일제히 강으로 뛰어든 누 중에서 누군지 모르는 하나가 흙탕물의 아가리 속으로 사라지는 것 냉장고가 도네 죽은 자에 대한 생각처럼 불시에, 슬픔은 네 발로 악착같이 딛고 선 이들이다 빙점 아래 혹은 슬픔은 방부제로도 그만인 질료, 다시 냉장고..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7.11.16
[임재정]사다리를 탄 피노키오 사다리를 탄 피노키오 임재정 거짓말이야 당기는 음식도 오늘도 오늘이라는 구획까지도 늘이라는 항상성까지도 하늘의 떠돌이 구름조차도, 듣지 않을래 누구의 충고도 그냥 가줘 가는 척이라도 해줘 참말 거짓이야 이 부탁마저도 옷 그을리는 줄 모르고 난롯가에 붙은 난 왜 이리 추울까..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7.11.13
[임재정]새벽 네 시의 지느러미 - 새벽 네 시의 지느러미 임재정 불빛, 벽지를 흘러내리는 녹, 대못 친 쪽창의 붉은 뒷골목, 술취한 자들이 괴춤을 푸는 노상방뇨, 나는 어쩌다 물 냄새에 웅크리 사구의 한 움큼 모래, 밤이면 사막 한가운데 끌려가서 물기란 다 빼앗기고 쫓겨오죠 늘 이런 식이에요 새벽은, 죽지 않을 만큼.. 詩 읽는 기쁨/임재정 2017.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