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의 窓 .../영화 속으로 -

허브

문선정 2007. 2. 13. 00:55

제목 : 허브

감독 : 허인무

주연 : 배종옥, 강혜정, 정경호  

날짜 : 2006년 2월

감상평 : 문숙자

함께 스크린 앞에 앉은 이 : 나, 다빛, 재선

 

 

울컥, 꾹꾹 눌렀던 눈물이 터지자 주워 담을 수 없을 만큼의... 그래, 차라리 엄마를 향한 기억이라고 하자.  

오늘 흐르는 이 눈물은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연결해 주는 젖줄이라고 하자.  

 

"엄마가, 내 엄마여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대사는 얼마 전에 종방한 드라마 "눈꽃"에서도 다미(고아라)가 엄마 이강해(김희애)에게 한 말과 상황이 같다.

이 말 한마디가

품안의 자식에서 뭐든 바라기만 하면 돌아오는 어미새의

내 엄마로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는 작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승은(강혜정)의 이 대사 한 마디에 나를 미치게 했던 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을 고하는 내 엄마에게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했기 때문이다.

몰라서도 못 했다고 하는 게 솔직하겠다.

그만큼 나는 이별에 대한 아픔은 절절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순간, 부끄러운 생각에 차라리 미치고 말지 싶었다.

 

엄마 없인 도저히 이 세상을 살 수 없겠다는 절절함은 나이 속에 포장되어 드러나지가 않았었던지 

사랑을 배운 후에 이별을 배우려면 숭고할 수없는 나이가 되어 있었어요.

라며 지금에서야 늦은 핑계라도 대고 싶다.

 

이미 피할 수 없는 이별임을 확인한 후여 서였을 거라고...

이별을 준비해야하는 기간이 일주일의 짧은 시간 이어서였을 거라고...

준비된 일주일 동안으로는

모녀간의 애틋하고도 지극했던 삶을 뒤 안으로 하고 떠나는 내 엄마에게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전해 줄 시간이 부족했다고... 이런 모든 와글와글한 생각들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외로움을 내세운 슬픔 속에서

나는 지지리 궁상스럽게 짊어지고 살았던 약한 몸을 내 어미에게 떠안겨 보내는 모진 딸년이었다.


"엄마, 나 아픈 거 다 가지고 갈 거야?

 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가.

 이제, 나 아프지 않고 열심히 잘살게."


그 때 두 아이의 엄마이며, 서른여섯의 모진 딸년이 어미의 등에 얹어준 마지막 투정이었다.   

딴에는, 나름대로 엄마를 안심하고 보내야겠다는 의미(?)있는 말 한마디였다라고 우겨도 될 런지. 

늘 몸이 약했던 나에게 생전의 엄마는 입버릇처럼 한 말이 있었다.

 

"숙자야, 내가 죽을 땐, 너 아픈 거 모두 가져 갈 테니

 걱정 마. 아프지 않고 살 수 있어."

 

“사람이 떠날 준비를 하고 누워있으면, 

 옆 엣 사람이 매일매일 더 깨끗하게 닦아주고 가꿔줘야 한다.

 이 세상 마지막 모습이 저세상에서 살아갈 모습일 테니까. “

 

“부모의 운명을 지켜보는 자식은 따로 있단다.

 그 자식이 진짜 자식이다. “


엄마는 왜 이런 말들을 네 명의 자식들 중 왜 내게만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이별에 대한 대처법을 둘이 있을 때마다 드문드문 알려주는 것을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둔하디 둔한 나였다고...


엄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거의 맨몸으로 어미 품으로 날아든 나는

외롭든 슬프던 낯선 타국에서의 이별의식은 엄마와 나, 단 둘이서 맞이했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저승에서 살아갈 모습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일 주일간을 지극정성으로 씻겨주고 닦아주고 한 것밖에는 없다.

˝아직 사랑도 모르는데,
엄마가 이별먼저 배우래요...˝

영화 속 승은(강혜정)이의 짤막한 대사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이미 품안을 떠난 자식으로서 다른 사랑을 알아버린 나는 이별에 대한 대처법에 숭고하지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핑계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도 될 런지...


어떠한 말로 변명을 늘어놓아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내 엄마에게 한없이 미안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엄마로 살아준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하나를 내 가슴 속에 지어주고 가셨다.

어미새는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

엄마가 지어준 따뜻한 집에서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내 엄마에게

지금이라도...

 

“엄마, 내 엄마로 살아줘서 고마워."

 

이 말을 꼭 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엄마, 다음에도 계속 내 엄마 할 거지? “


라는 당연한 물음도 재차재차 묻고 싶다.

 

아, "엄마!" 라는 말을 들으면... 눈물부터 먼저 나는데 이를 어쩌나...

 

허브,

민트향처럼 잔잔한 뭉클함이 배어있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연한 풀잎 같은 내 딸 다빛의 손과 나의 손이 겹쳐졌다.

너무 연해서... 봄날 햇살 받은 연한 허브 잎을 닮은 이 아이의 엄마로 오래오래 머물고 싶다.

내 아이의 따뜻한 엄마이고 싶다.

 

 

 

 

 

그리고... 사랑,

7살 상은이가 겪는 콩닥거림이

세상에 수채화처럼 번졌으면 좋겠다.

- 의정부 THC에서 도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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