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휴일 오후, 잠깐

문선정 2010. 1. 21. 14:36

산과 산 사이를

마른 풀씨처럼 돌아다녔네

나무와 나무가 그윽한 눈빛으로 마주보는 것을 보았네

마른 풀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아직은 듣지 못했네

봄을 닮은 햇볕이 따라 오라 손짓 하네

 

여름 가고 가을 가고

홀쭉해진 겨울 숲에서

나는 풀씨가 되려 하네

 

 

 

 

 

 

 

 

 

 

 

 

 

 

 

 

 

 

 

 

 

      1월 17일. 예배를 마치고 산으로 올랐다. 

      정상까지 오르려는 각오가 시들해진 이유는... 무서웠다

      막 겨울이 시작되면서 아랫집 별곰이가 멧돼지에게 당하고 큰수술을 했던 일,

      지난 여름, 고구마를 심었던 텃밭을 마구 흝어놓은 어제의 흔적

      을, 우리는 멧돼지의 횡포(?)로 결론 지었다.

      우리집 덕구와 킨스키가 밤새 목이 쉬도록 짖어대는 것은

      분명 숲속에서의 한바탕 일이 벌어짐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리라

      어쨌든 어딘가에서 금방이라도 멧돼지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산과 산 사이로

      바람이 범람하는…

                      .

                      .

                      .

 

      어느새 어른이 된 조카녀석,

      3월에 장가를 간다고 어여쁜 색시를 데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