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물큰거리는 들판이 너무 따뜻하더라
기실 큰 날개를 펴고 으름으름 떼지어 먼 땅까지 날아온 이유는 알지만
이 겨울에,
봄 냄새 물큰한 바람이 이들이 살기는 마땅치 않은 것이리라
남면의 개천가에
한가로이 오리떼와 고니가 노닐고 있는
고요한 날
독수리의 행방이 묘연하다
.
.
.
세상이 꽝꽝 얼어붙는 날
나는 검은 옷을 입고
남면의 어느 마을 논배미에 발을 들여놓으리라
약해진 내 발자국 한 발 한 발 들여놓으며
큰 날개를 펴고 으름으름 떼지어 먼 땅까지 날아온 이유있는 큰 새의
날개를 훔쳐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은 날
거뭇하게 앉은 자세로
그들이 고향을 떠나온 사연과
그들의 질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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