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천안함 수병들의 슬픈 귀환

문선정 2010. 4. 16. 04:01

그들이 돌아왔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남편, 동생, 형, 누나의 곁으로... 드디어 그들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이 젊은이들이 따뜻한 체온을 유지한 채 꼭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TV 뉴스를 지켜보았습니다. 

세상에는 믿지 못할 기적도 일어날 수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마지막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늠름한 걸음으로 살아 오기만을 기다리던... 눈물로 보낸 20일의 시간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 얼굴을 묻고 울었지요.  

 

"물속 춥다 어여 나와서 따뜻한 봄햇살좀 받고 휴가도 나오고 해야지"라는

천안함 어느 수병 전사자의 형의 부르짖음이 더욱 애타게 들리는 듯 하여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온 국민의 기다리는 마음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숨진 수병들... 실종 수병들...

안타깝게도 그들은 싸늘히 식은 시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시신마저도 찾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 해주는 8명의 실종자들과 그들 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동동거려집니다. 

살아서 돌아오라는 온 국민의 귀환 명령을 외면하고 46인의 수병들은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귀환했습니다.

하루 종일, 밤 새, 먹먹한 가슴이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다 키워놓은 자식을 억울한 죽음으로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 형제들의 마음이 오죽할까요.

이토록 불행한 나라의 현실앞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하면서, 다음 달이면 전역할 아들녀석이 눈에 삼삼하게 그려집니다. 

2008년 6월 뜨거운 태양 아래 논산훈련소 연병장으로 모인 수많은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쓰다듬고 만져주고 하나같이 귀하지 않은 자식이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과의 이별이 그 어느것보다도 슬픔에 잠긴 풍경이었습니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일렬로 서서 "진짜 사나이"를 부르며 부모들의 침통한 마음을 애써 달래기 위한 풍경이었습니다.

먼 발치서 바라다보이는 수많은 젊음의 덩어리 덩어리들은 마치 어느 드라마에서 보았음직한 일제 시대 강제 징용으로 전쟁터로 끌려가는... 그런 풍경으로 보여졌습니다.

2008년 6월 23일 월요일이었습니다. 그 날 나는 처음으로 아들을 낳은 것을 후회를 했더랬습니다.

매주 월요일, 수요일 그만큼의 아이들이 군에 입대를 하고 그만큼의 아이들이 전역을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우리는 참 슬프고 불행한 나라에서 살고 있구나!'를 실감했습니다.

그렇게 집을 떠난 수많은 아이들은 낯설고 엄한 군생활에 적응했을 것이고 지금도 적응하고 있을 아이들...

언제 어느 때 느닷없이 순식간에 들이닥칠 보이지 않는 불안으로 푸른 옷을 해 입은 아이들은 초조한 시간을 걷거나 달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강해짐보다는

오히려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군에 왔다는 당찬 사명감을 가슴에 안고 나라를 지켰으며 지키고 있을 우리의 장한 아들들입니다.

따뜻한 알에서 깨어나듯 차츰 차츰 적응을 하면서 강한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로 거듭나 어디 내놓아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남자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우리 군인 가족들은 아들들의 전역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자식들이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부모 형제의 시야에서 금쪽같이 귀한 자식들이 사라져버린 사건이 어디 한 두 사건인가요.

느닷없이... 느닷없이. 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일 겁니다. 어쩜 이렇게 느닷없이 불행이 닥치다니요. 

어쩜 이리도 너무나도 쉽게 부모 형제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다니요.

이제는 사랑스러운 아들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요.

대한민국에 군인을 둔 아들들의 부모마음 또 한 번 상처를 입고 가슴이 쓰립니다.

너무 슬픈 나머지 뼈속까지 쿡쿡 쑤셔오는 고통앞에서

가족들은 물론 국민들 모두가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는 무력함은 차라리 뼈를 깎는 고통입니다.

그들의 죽음을 확인해주는  TV 뉴스를 야속하게 바라보다가  종내는 온 나라가 울음바다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다에서 홀로 또는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전우들의 두려움은 감히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 엄습해오는 죽음이라는 두려움과 맞서 온 힘을 다해 사투를 벌였을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스르르 눈을 감아야 했던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고 보름 전, 면회소에서 마지막 생일을 함께 보낸 것이 가족들과의 마지막이 된 수병,

아이가 아픈 병사를 대신해서 배에 올랐다가 변을 당한 수병,

늦깍이 결혼을 약속하고 배에 오른 수병,

제대후 함께 제주도 여행을 약속한 수병들,

소문난 효자로 다리가 아픈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틈틈히 박봉을 쪼개 돈을 모아온 수병,

병사의 월급을 꼬깃꼬깃 모았다가 휴가 때 살그머니 집에 놓고온 속깊은 수병,

바쁜 군생활 중에 자원봉사까지 해 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수병,

마지막 생존자까지 무사히 들어올려 준 후 자신은 미처 함미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된...

 

미니홈피에,

천안함으로 편지를 해 달라고 주소를 남긴 수병들...

전역을 불과 15일 앞 두고 달뜬 마음을 표현한 수병. 

곧, 전역이니 돌아올거라는 문구만 덜렁 남겨진 수병들...

집에 가고 싶다고, 초조하게 또는 무감각하게 시간을 달리고 있던 수병들... 

스물두살 너무도 젊은 목소리로 마지막 노래를 남기고 사라진 수병...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의 속삭임을 전해 들을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외롭게 남겨진 사람들...

이런 절절한 슬픔을 담은 문구들로 하여금 우리들을 더 큰 슬픔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어쨌든 그대들, 차가운 바다에서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돌아오는 날, 우리 모두는 무척이나 슬펐습니다.

조국의 영해를 수호하다 젊음을 바친 그대들을 생각하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내 아들같은 아이들의 죽음이 남 일 같지 않아 다음달이면 전역하는 내 아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듣고 싶어지는 사치스러운 생각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대들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들로 하여금 또다른 방향의 국가관을 새겨주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밤 중인 이 시간에도 그대들의 미니홈피에는 애도의 행렬이 끊이지를 않는군요,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대들의 미니홈피를 돌며 나역시 애도를 표합니다.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고,

수고했다고...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이제는 편히 쉬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천안함의 젊은 그대들이여,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천안함 생존 병사들이여, 그대들이라도 살아주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안함 전사자들의 미니홈피 대문에 적힌 문구들이 더 슬프게 만듭니다.  이제는 메아리로 울려퍼지는... 문구들 - 

 

보고싶어 너네 모두 - 이상희 병장 / 물속 춥다 어여 나와서 따뜻한 봄햇살좀 받고 휴가도 나오고 해야지 (형 이용관)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 원정7리 사서함 800-32호 천안함 - 이상민 병장 

 

시간아 빨리 가라... 집에좀 가자! - 이재민 병장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7리 포승읍 해군2함대 22전대 천안함 . 편지 플리즈 - 강태민 일병

----편지써주세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7리 사서함800-32호 제2함대사령부 천안함 항해부 - 김선호 일병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7리 사 800-32 우 451-820 해군2함대 22전대 천안함 - 박정훈 일병

 

(3월부터 상병이라능 ㅋ) - 박정훈 상병

 

해군상병 - 김선명 상병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 7리 사서함 800-25해군 2함대 천안함 작전부 전자전병 - 정범구 상병
날려날려 편지 날려

11월 제대 한참멀어 - 정범구 상병


 

사서함 800-32호 천안함 포갑부 우편번호 451-822  - 이용상 병장

 

(아기사진) 나도 풋풋했었다고! - 차균석하사

 

돌아간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다시 돌아온다 - 장진선 하사

 

탈출했는데~ 이제 그리 멀지도 않은데~ 슬슬 패밀리들 뭉쳐볼까?! ㅋㅋㅋㅋㅋ - 방일민 하사

 

서대호 하사 형 입니다..

아무쪼록 걱정하신만큼 그리고 우려하신만큼 건강한 대호 이기에 그럴 녀석이 아니란걸 알기에 저로썬 너무가슴이 답답하고 착잡합니다. 형으로써 해준게 너무없고 그저 소식만 기다릴 뿐입니다. 꼭 무사하게 돌아오길 기도해주세요 - 서대호 하사

 

시간은 흐르고 - 손수민 하사

 

행복하세요! 정종율님의 미니홈피 - 정종율 중사

 

 

 

-박석원 중사 미니홈피에서

전우를 추모하며!

 

박 중사! 미안해.

곧바로 건져주지 못해 미안해.

 

거친 파도와 조류를 이길 만한

구조함과 장비가 없어서

갈 수 없었다고 누구나 말을 하고,

 

수상함은 잠수함이 아니라서

완전 방수가 불가능하고,

산소도 부족해서 어렵다고

혀를 차고 한숨짓기만 했네.

 

오늘 20일째 되는 날

그 동안 참은 숨을 내쉬면서

다시 만날 줄 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야속하게 나오는구나!

미안하고 미안하다. 박 중사!

 

우리가 바다에 나갈 때

항상 아무 일 없이 군항에 복귀할 것을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박 중사!

다른 함정에서 또 함께 근무하며

더 정들다 헤어짐이 아쉬웠는가!

 

너무 짧은 삶이지만

박 중사를 평생 기억할 테니 슬퍼말게

모든 걱정은 내려놓고 하늘에서 평안히 쉬게!

 

 

- 박 중사를 추모하며 

2007년도 함께 했던 함장 (2010.4.15)

 

  

보고 싶은 전우에게.

 

박 중사! 박 중사!

나는 그대와 함께 몇 해 전에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함장이네.

 

전방 NLL 근해에서 경비임무 수행 중에

박 중사는 당직근무로 피곤할 텐데

일요일 함상 종교활동을 주관하고

지친 대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주지 않았는가!

 

서해 거친 파도에 우리 艦이 전복의 위기감을 느낄 때

자네는 편안한 모습으로 함장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것을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또한 선한 모습과 부지런하며 다정다감한 박 중사의 모습은

함장뿐만 아니라 함 승조원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네.

 

출동 경비임무시 우리는 긴장감을 오히려 당연시하며

즉각 대응을 위해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1년 중 반 년 이상을 바다에서

우리의 일터인 함상에서 함께 했었지.

 

병기사로서 함포를 정비하고 열심히 훈련했던 모습이

믿음직스러워 유난히 자네를 신뢰했다네.

 

함장이 먼저 전출가서 다른 곳에 근무 중에도

매년 한 두 번은 잘 지내고 있다고 연락해주는

박 중사가 그립네. 다시 연락해주게.

아니 연락이 올 것이라고 믿네.

 

자네가 누군가!

모태신앙이고, 목회자의 아들이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선하게 일하는

모범적인 부하이자 동료가 아닌가!

 

나는 지난 번 박 중사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함장으로서 후회하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열심히 근무하다 보면 부사관으로서

최고의 위치까지 진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하며 확신을 주지 않았을 것을...

 

성실했던 박 중사!

깜깜한 어둠속에서 얼마나 놀랐겠는가!

자네는 그 짧은 순간에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동료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을 걸세.

 

보고 싶은 박 중사!

어둡고 차가운 곳이겠지만 조금만 견뎌야 하네.

하늘이 무심하지 않는 한 도와줄 거야.

힘내고 견뎌야 한다.

- 박 중사를 아끼는

   2007년도 함께 했던 함장(2010.3.28)

 

아저씨 다 봤어요?

아시죠

아빠가 얼마나 아저씨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그리고 사랑하는지

아저씨가 그 배에서 조금 힘들었다며 휴 살았다며 웃으시며 나오실때, 아빠는 수고했다며 정말 큰일 날뻔 했다며 토닥이시며 3월 28일에 쓴 편지를 웃으며 읽어 주셨을텐데...

아빠가 읽어 주지도 못한 편지 이렇게라도 써서 하나님 곁에 꼭 안겨서 행복한 얼굴 하고 계실 아저씨한테 써 드려요.

이 편지 보시고 정말 남은 해군 대원들 아무 탈 없이 군 생활 할수 있게 도와주세요^^아셨죠?

자랑스럽습니다 박 석원 중사님 따뜻한 천국에서 행복하세요.  -박석원 중사

 


▶◀ 천안함의 슬픈 장병들이여 부디 영면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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