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반짝거려야 할 시간이 훨씬 넘었다
봉창 밖 세상이 안개가 자욱하다
이른 아침부터 뿌연 안개속으로 들어간 딸아이와 남편이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다가
내가 방금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내가 먼저 누군가의 안부를 물었고 누군가의 건강을 걱정하는 말소리가 오고갔는데...
무척 가까운 사람인듯 하다가 요즘들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
긴 이야기 끝에 얼른 건강 챙겨서 놀러오겠다는 인사말을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다시 전화기 속으로 들어갔지
햇살이 반짝거려야 할 시간인데 아직도 뿌옇다
안개속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앞 산이 특유의 습기를 머금고 있는 11월의 아침 풍경
저 안개 속으로 들어간 딸아이는 사흘 남은 수능시험을 치룰 준비에 지금쯤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있겠지
참 신기하다 아침 식탁에서 사소한 감정으로 또 내가 눈물을 보였는데도 딸아이가 걱정이 되다니...
그럴테지...
햇살이 반짝거려야 할 시간, 세상이 온통 수묵화를 그렿놓은 듯한 풍경인 날에는 이런 날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기차를 타고 싶다
준비해 간 커피에 논과 밭이 스치는 풍경을 담아 마시면서
참새처럼 시끄럽게 짹짹거려 줄 친구가 있다면 더 좋겠지
기차와 함께 달려가는 바람아 나를 마셔다오. 를 노래하면서
지난 가을 허수아비가 서 있던 그 옴팍한 산골마을로 들어가 나도 수묵화의 한 배경으로 섞이었으면...
낙엽길
흙냄새
가 그리워지는 이 순간 자주 다니던 산책길이 생각이 나고...
기차를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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