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낡은 노트는 책꽂이로, 그리고... 새 노트

문선정 2007. 9. 19. 20:16

 

 공책 한 권을 빼곡하게 채우려면

 얼마만큼의 단어가 들어가 있을까

 얼마만큼의 낱말이 짜여져 있을까

 

한 페이지에 쓰여져 있는 글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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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부산해서 싫다!

새로운 것을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부산스러운가!

꽃의 극렬한 투쟁, 나무의 투쟁

꽃은 이런 투쟁의 발언이라 생각한다

한그루 나무의 생존방식

몸에 피는 부스럼

새로운 몸 만들기에 치열한 투쟁의 부스럼... 부스럼들...

 

가을...

가을은 봄에 비해 안정적이어서 좋다

이런 안정적인 것이 나를 쓸쓸하게 만드는 자극

나는 이런 쓸쓸함이 좋다!

쓸쓸함도 절망이요

절망은 희망을 위한 몸부림이니까...

 

정지된 풍경속에 있다가

낯선 풍경속으로 들어 갈 때의,

불안.

나는 불안을 먹고...

절망적인 시를 쓰면 절망으로 가지 않으려는 몸부림

 

행복하게 살려면 글을 쓰지 말고...

더 행복해지려면 글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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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트에는 어느 낱말로 수를 놓을까.

어제 했던 말을

오늘 쓰지는 말자

새로운 말

새로운 그림

새로운 일상

새로운 진술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나,

새로운 나를 여기에 쓰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