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내 책상 주변

문선정 2007. 9. 13. 10:30

 

-[ 내 안의, 내가 꾸미는 나의 집 ]

이렇게 내 삶을 노래한다. 아무르 강가에서...

 

한없이 넓은 가상의 공간에

나 이렇게 아름다운 집을 가지었으니 어찌 부자라 아니 할 수 있는가.

 

하루의 일상 중

훗 날 그리움이 될 만 한 부분부분을 기록하여

이 집을 꾸민다.

하루가 일 주일이 되고,

일 주일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일 년이... 먼... 먼... 훗 날까지

 

작은 모니터 안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 놓고는

그 방마다 나만의 색채로 꾸미는 일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어느 날,

어느 방에 그 날의 기록을 정리 하던 중이었다.

 

'나 이렇게 여기에 집을 짓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감쪽같이 내가 사라진다면... 이 집은...?'

 

이런 생각을 하자, 순간 소름이 돋아났다.

내가 사라지고...

이 집은 한동안 빈 집인 채...

그러다 우연히...

사랑하는 내 가족이 내가 살던 이 집에 들어섰을 때,

나 살아온 흔적이 여기 고스란히 모여있다면...

이런 생각에 머물자, 참 슬프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나의 숨소리 하나하나 아주 소중하게 다루듯 내 생의 호흡을 담아놓는 집.

집 앞에서 오페라 티켓 사진을 찍다가 집 주변의 너부러진 것들을 모아놓는다. 

 

- 19일 7시.. 경희대 크라운 홀에서 있을 La boheme 공연 티켓이다.

puccini의 오페라... 멋진 수요일 밤을 기대하며...

 

 

 - 프방의 하별님이 택배 속에 보내온 편지.

책 상자 속의 고구마와

또 작은 봉투 속에 결명자,

를 택배로 받은 그 날...

뭉클한 가슴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눈물이 고였던 날...

아름다웁고 호젓한 세상속에서

나, 서 있던 날...

 

살며,

만난 사람들...

만난 사람들...

 

- 자스민 향기나라님,

이상문학상 전집을 수집하던 중에 

오래되어 구하지 못하는  책을 갖고 싶은 날이 있었다.

그런 내게,

이상문학집 19, 20집과 함께 몇 권의 책을

보내 왔던 날...

한 박스의 책을 택배로 받던 날...

2006년 가을이었을 거다...

온라인 상에서 만난 인연으로

아주 큰 행복을 주고 받던 날...

 

이런 행복이 담겨있는 편지들을 어찌 버릴 수 있으랴.

너무도 소중한 이 편지 두 장.

책 꽃이에 붙여놓고

나 오늘도 눈 길 닿아... 미소 짓는다.

 

살며,

만난 사람들...

만난 사람들...

  

- 읽다가 멈춘 책들...

읽어야 할 책들...

다 읽혀지고도 책꽂이에 가기 싫은 책들...

 

 - 지금은 그리운 사람으로 남겨진 사람들...

저 가운데서도 지금도 함께 우정을 돈독해지는 사람들 있지. 

 

- 내 손과 맞잡는 시간이 제일 많은 마우스,

서점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내 것이 된 MP3, 필통,

그리고, 근래 들어 급속하게 시력이 떨어져 새로 맞춘... 안경(돋보기),

 

 - 신문 스크랩(종류 별로 모아놓은 여러가지 정보, 글들이 모여있는...)

 

 

 - 프린터기 밑에... 켜켜 쌓여있는 또 다른, 과거들... 지나간 일들...

 

 - 참, 대책없이 늘어놓는 곳.

 

 - 나, 몽필님, 그리고... 떠나간 사람.

 

 - 컴퓨터 뒷면을 보면,

감춰진... (?)

- 리더기. 처음엔, 욘석이 무장 신기하기도 하여서...

지금도 내가 무지 이뻐하는 리더기...

 

- 나랑 놀아준 것들...

 

 

 - 낡은 안경, 리더기... 

 

 

등 뒤의 책꽂이...

내 방의 책꽂이들은 책싸이즈에 맞추어서 주문제작했다.

가구점에서 파는 책장들은

빈 공간이 보기싫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