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저기 보이는 저 산이 있어 아침 저녁 쓸쓸하지 않아서 좋다

문선정 2007. 9. 11. 09:54

 

이 시간이 좋다

저기 저 산이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쓸쓸하지 않아서 좋다

이른 아침, 쌀을 푸러 나오면 하루 중 가장 먼저 나와 마주치는 풍경

 

그리고,

이 좋은 시간에 저녁밥을 짓는다는 것에 늘 불만이었지만

나의 그리움은 이 시간이 되어서야 농익어 가는 것이다.

 

렌즈 위에서는 청국장이 끓고

저녁상이 차려진 식탁 위 숟가락은 

연인의 손을 기다리는 시간속에서

버릇처럼 수납장을 밟고 올라앉는다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숨어버리는 해의 몸을 쫓으려

나는 길게 목을 늘어뜨린다

 

오늘이라는 녀석이

어둠이라는 옷을 갈아 입는 모습을 엿보는 것처럼

이 시간이면... 나는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