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의 窓 .../영화 속으로 -

밀양

문선정 2007. 6. 1. 13:36

   

 

제  목 : 밀양

감  독 : 이창동

주  연 : 송강호, 전도연

날  짜 : 2007년 5월 31일

감상평 : 문숙자 

 

영화 속 최고의 남자를 꼽으라면, 나는 두 말 없이 이 사람 송강호씨를 뽑겠어요.

 

 

어느 장소에 서 있거나 앉았어도 어떤 모습으로도 잘 어울리는 사람.

고단하게 절은 런닝 차림으로 평상 위에서 드렁드렁 코를 곯아도 어색하지 않을 사람.

좁다란 골목길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걸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파리채를 휘둘러도 어울리는 사람.

도시 한 복판이나 어느 건물 어느 구석에 서 있거나 앉아있어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리게 소화 시키는 사람이 이 사람 송강호 씨라고 말 하고 싶어요.

잘 생긴 것 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과 자연스런 멋이 도드라져서

익살과 풍자가 풍족한 골계미의 해학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사람이거든요.

 

며칠 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수상했다는 영화 [밀양]을 보러 갔어요.

전도연의 연기 또한 훌륭했지만, 주연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나무랄 데 없는

송강호의 연기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창동 감독과, 송강호, 전도연의

이 세 사람의 기가 막힌 호흡에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칸에서는 이 영화를 범죄의 기쁨이라 평해도 괜찮겠느냐고 질문을 했다던데...요.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범죄와 기쁨이 연결이 될 만한 것인가...?

이런 궁금증에 아주 미칠 지경이었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자칫 지루하고 슬픔으로만 이끌려 갈 수도 있었던 분위기가

종찬(송강호 분)의 익살스러움이 청량제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고 할까요.

그런 웃음이 자자한 가운데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밀양]을 보았습니다.

 

혹 자들은 이 영화가 반 기독교적인 영화라고들 하는데

너무나 기초적인 상식만을 갖고 영화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닌지...

틀에 갇힌 기독교적인 사상과 이념만으로 이 영화를 분석한다면 깊숙한 내용의 뜻을

파악하지 못 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신 앞에서 저항하는 나약하기만 한 인간의 절절함을 이해를 한다면...

신을 껍데기라고 여기는 진부하다고 여기는 사상을 가진 이들에게 생생한 간증과도 같은

이야기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 속의 신애(전도연 분)는,

경쟁 속에서 뒤섞여진 물질만능 시대에서 불안한 삶을 살던 한 젊은 여자가

밀렵의 숲에서 밀려나가면서 영화 도입부부터 등장합니다.  

 

현대 사회의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나 물질만능이라는 허울이 대접을 받는 현실에서

신애는 살아남기 위해 아주 자연스러운 거짓말쟁이가 되어가더군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을 보는 듯 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또 하나의 자아가 내 속에 꼭꼭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아니 해 볼 수가

없게 만드는 각본이었습니다.

 

결국, 신애는 그 거짓말로 인하여 단 하나의 생명과도 같은 사랑이라 여기던

아들마저 잃는 것이 영화 속에서는 사건의 시작인 셈이지요.

그런데, 보잘 것 없는 곳에도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을...

영화 [밀양]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주더군요.

그 감동이 우리에게는 어느 때는 슬픔으로도 다가 올 수도 있고

또 어느 한 순간은 기쁨으로 다가와 잔잔한 행복이거나

주변인들에게 주는 작은 재미 거리를 아주 섬세하게 보여주는 순수한 [애정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연기자의 꾸준하고도 성실한 노력도 있었겠지만,

저는 이런 영화를 보면, 감독의 개성 넘치는 재치와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해서는

스크린 속에서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 감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저의 모든 촉각을 곤두 세워 숨죽여 지켜보는 쾌감을 누리는 것도 근사합니다.

웅변학원 원장에게 아들을 잃은 신애는 다행히도 크리스찬이 되어 새로운 평화를 만납니다.

만약, 제 주변의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했더라도 참 다행이라고 여겨지는 장면입니다.

고통을 치유할 수 방법은 신의 믿음이 최고의 처방법이라는 진리를 거역할 수는 없으니까요.

 

신애를 향한 종찬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영화 속의 모든 인물들에게 실소와 재미거리를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관객들에게도

골고루 나누어 주더군요.

억지웃음이 아닌, 아주 자연스럽게 영화의 성공을 빛내는 데 아깝지가 않구나.

라는 느낌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전에도 느꼈던 감이었지만 송강호씨의 매력에 더욱 점수가 올라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종찬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신애를 위한 영화이기에

신애를 둘러싼 일상의 사건들로 줄거리는 이어져 갑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다행히도 종교의 절대적인 힘으로 심적인 안정을 되찾은 신애는

서서히 평화를 되찾은 듯 했지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는 이 쯤 해서 오래 묵은 소재가 툭 하고 불거져 나옵니다.

인간이 악해 지기 시작하면 더 없이 악해지기 그지없는 것처럼...

순수로만 다가간 신의 믿음 앞에서 착해 지기로 마음먹은 신애가 자신의 모든 마음을 몽땅 털어 신에게 내 던지려 합니다.

아들을 죽인 범인을, 신의 힘으로 용서를 한답니다. 신의 힘을 빌어 자신의 의지와 함께

죽을 때까지 저주하리라 했던 범인을 용서로서 자비를 베풀고저 마음을 먹습니다.

내 자식을 죽인 범인을 용서한다니... 누구든 쉽게 마음 먹거나 옮길 수 없는 행동이지요.

 

어쨌거나 영화는 신애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을 할 것이고, 관객은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요...

선과 악이 용서라는 환상의 통로를 통과한다는데 시비를 걸어야 될 이유는 없지 않겠어요.

 

교도소로 면회를 간 신애는 아들을 죽인 웅변학원의 원장의 편안한 모습에 충격을 받은 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신애가 충격을 받기 전에, 영화를 보는 저역시...도,

감독이 범인 역의 배우를 잘 못 설정했을까... 라는 실망스러움으로 지켜보다가

뻔뻔스러운 범인의 편안한 모습에 욱 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으니까요.

영화를 보는 관객이 이 정도의 감정이 생겨났을 정도인데 신애의 감정 변화는 너무나도 당연한 거겠지요. 

이 때부터 영화의 절정을 이룹니다.

 

내 자식을 죽인 범인을 어미인 신애가 용서를 안 했는데

신은 벌써부터 죄인에게 용서라는 자비를 베풀었답니다.

자, 여기서... 인간은 신에게 얼마나 무력한가를...

신은 인간에게 얼마나 자만한가를...

종교가 없는 평범한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서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입니다.

 

신이라는 존재를 누가 만들었을까요.

신은 원래부터 있었다고요.

자연과 인간이 부딪치면서 인간이 더 편해지고자 인간 스스로가 만든 것이 신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나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신을 의지할 수록 마음 편해지기에...

기쁨과 희열을 인간 이상의 그 누군가와 나누고자 할 때 그야말로 순수의 마음으로

신의 영광으로 돌리려는 이런 원초적 인간의 순수를 이용하여...

나 대신... 먼저 죄인을 용서하고, 고통 받는 자보다 죄인이 먼저 평안을 되찾아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면...

신애가 아니라, 누구라도 화가 안나고는 배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이 때부터 신애는 완강하게 신을 거부합니다.

신께서 베푸시는 뜻을 꺾고 오히려 이기려고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자연의 순리대로 유유히 흐르는 것을 신애가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영화를 보고 느끼고 또 느낍니다.

 

신을 믿는 사람들도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서로가 서로를 이기거나 꺾지 못합니다.

한 낱 세상 속에 움직이는 점 인냥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 듯이 사는 사람들일 수 밖에...

이렇게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종찬이 거울을 들어주고 신애가 머리를 자르는 마지막 장면,

오래 된 빈 병이 마당 한 켠에 파묻혀 있고

무성해진 잡초가 바람에 흔들흔들거리는 것처럼...

 

세상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렇게 살아 가는 거지 뭐...

이런 생각으로 영화관을 나왔네요.

 

참, 슬픈 영화입니다.

우리가 늘 품고 있던 생각을 누군가 불쑥 꺼내어 탁탁 털어놓는 비밀이야기처럼

내면 깊숙하게 박혀져 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슬픔 속에서도 어느 노총각(송강호)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우리네 인간사 사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묻어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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