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의 거처
마경덕
문득, 숨을 참는 버릇이 생겼다
문틈으로 들어온 한줄기 빛에
어디선가 떨어져 나온 부드러운 입자들, 부유하는 먼지는
태연하게 몸을 들락거린다
저울눈금에도 나타나지 않는 아득한 껍질들
흘러간 먼 구름, 버려진 낙타의 발목, 바위 한 덩이, 어느 몸의 마지막 호흡이었을까
게으른 자의 핏줄을 붙잡고
소리 없이 틈이나 모서리에 가벼운 역사歷史를 기록하는 먼지들
느릿느릿 뭉치고 뭉친다
찰나에 사라진다 할지라도
틈만 나면 지층을 샇는 습관
입김 한 번에 생물연대가 지워진다
거처를 찾아 떠도는
쓸쓸한 저녁
먼 곳에서 낙타의 발목을 끌고 온 바람이 매캐하다
<시인광장 8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