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마경덕

[마경덕]먼지의 거처

문선정 2016. 8. 23. 22:59

먼지의 거처


마경덕







문득, 숨을 참는 버릇이 생겼다

문틈으로 들어온 한줄기 빛에


어디선가 떨어져 나온 부드러운 입자들, 부유하는 먼지는

태연하게 몸을 들락거린다


저울눈금에도 나타나지 않는 아득한 껍질들

흘러간 먼 구름, 버려진 낙타의 발목, 바위 한 덩이, 어느 몸의 마지막 호흡이었을까


게으른 자의 핏줄을 붙잡고

소리 없이 틈이나 모서리에 가벼운 역사歷史를 기록하는 먼지들

느릿느릿 뭉치고 뭉친다

찰나에 사라진다 할지라도


틈만 나면 지층을 샇는 습관

입김 한 번에 생물연대가 지워진다


거처를 찾아 떠도는 

쓸쓸한 저녁

먼 곳에서 낙타의 발목을 끌고 온 바람이 매캐하다







<시인광장 8월호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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