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론
마경덕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 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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