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밭
이일옥
수수타래에서 던져진 새들은 붉다
늦가을 햇살이 서남쪽 다리를 건너
외진 곳까지 떠내려 오는 한 때
바람의 안방에서 튀어 오른 것들은
모두 씨앗처럼 단단하다
고전으로 바뀐 잎들과
이미 태양의 길을 버린 채
마른 욕망으로 매달린 견고한 조난들
낮은 구름의 기억도 무심하게 늙어가는,
수수타래에서 날아오른 것들은
모두가 기름지다
붉게 영글었거나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그 안 어딘가에
길을 잃은 시월의 무리들이
붉은 씨앗처럼 던져지는 걸 나는, 보았다
《현대시》201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