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이일옥

[이일옥]수수밭

문선정 2010. 2. 20. 21:36

- 수수밭 

 

                                            이일옥

 

 

수수타래에서 던져진 새들은 붉다

늦가을 햇살이 서남쪽 다리를 건너

외진 곳까지 떠내려 오는 한 때

바람의 안방에서 튀어 오른 것들은

모두 씨앗처럼 단단하다

고전으로 바뀐 잎들과

이미 태양의 길을 버린 채

마른 욕망으로 매달린 견고한 조난들

 

낮은 구름의 기억도 무심하게 늙어가는,

수수타래에서 날아오른 것들은

모두가 기름지다

붉게 영글었거나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그 안 어딘가에

길을 잃은 시월의 무리들이

붉은 씨앗처럼 던져지는 걸 나는, 보았다

 

 

《현대시》2010년 1월호

 

 

'詩 읽는 기쁨 > 이일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일옥]수화  (0) 201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