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세상 2/친지,좋은사람들

바보똥개 우리 집에 놀러 온 날

문선정 2007. 5. 18. 00:04

 

 

 

- 바보 똥개 이름을 바꾸고는 민영이 누나를 따라 우리 집으로 놀러왔다.

"둥이" 업둥이의 준말이라고 한다.

나는, 굳세게 오늘날까지 바보똥개라고 부른다.

좀 웃기는 재롱을 부리는 날이면 "웃기는 개00라"고도 불러 주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바보 똥개 앉아있는 자태가 매우 우아하지 않는가.

어쩌면 이 강아지가 똥개가 아닌, 어느 귀족가의 바람난 犬과 지극히 서민적인 犬의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인... 사생犬일지도 모르니...

얼른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이 우아한 바보똥개의 숨겨진 과거를 캐내라고 집요하게 권했다.

민영이도 그럴 수도 있다는 듯이 아주 진지하게 끄덕거리는 표정으로 봐서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 그런데 바보 똥개,

다빛누나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귀엽다는 표현인 것은 알겠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한 거 아닌가.

앉아있지를 못 하게 한다.

눕지도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바보똥개가 좋아하는 고소한 우유를 주는 것도 아니다.

 

 

다빛 누나, 저는 편히 누워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바보똥개를 못 살게 군다.

집으로 가고 싶다.

 

- 다빛이 누나, 자기 방에 있는 핑크돼지 방석을 들고 나오더니

다이소에서 파는 싸구려 미니의자를 들고 나오더니

바보똥개 의자위로 올라가라고 한다.

바보똥개는 먹는 게 더 좋은 걸 누나는 모른다.

 

 

 - 뭣 좀 먹여가면서 데리고 놀던가... 하는 바보똥개!

속이 타들어가는 게 보인다.

 

 

- 이제는 주인인 민영이 누나까지 바보똥개에게 쿳샵을 해 보라고 강요한다.

바보똥개 미칠 것 같은 표정이다.

부릅~  

 

 

- 결국은, 의자에 올라 앉았다.

올라 앉지 않고는, 배겨날 수가 없었다.

누나들은 바보똥개를 훈련시켜서 서커스단에 팔아버리려는지...

바보똥개, 표정 사뭇 심각하다.

 

 

- 화가났다.

좀 쉬게 해 달라고, 좀 가만히 좀 있고 싶다고...

부르짖는 바보똥개 불쌍하다.

 

 

- 안돼요?

나 좀 쉬면 안 돼요?

나 좀 자면 안 돼요?

자고 싶다구요... 제발~! 제발~!

 

 

- 겨우겨우 사정해서, 잠시 쉬는 바보똥개.

노동도 이런 노동이 어디 있을까...

무슨 말을 붙여도, 쉬고만 싶은 바보똥개.

다시는 다빛이 누나네 집에 놀러오면 犬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 같다.

 

 

- 바보똥개, 다빛이 누나 정말 싫다.

그런데도 누나는 자기 팔베개를 베고 자라고 한다.

절대휴식이 통하지 않는 다빛 누나. 정말 무섭다.

 

 

- 바보똥개, 눈물을 다 흘린다.

치사하지만, 정말 싫지만... 이렇게라도 잠을 자야하는 바보똥개.

 

 

- 곯아 떨어졌다.

잠에 곯아떨어진 바보똥개를 다빛 누나는 이리 옮기고 저리옮기면서... 데리고 논다.

 

 

-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바보똥개, 어쩌면 자는 척 하는 걸지도 모른다.

똑똑하니까... 자는 척 하고도 남는 犬이다.

 

 

- 집으로 가는 바보똥개. 둥이...

즐거운 마음을 누릴 겨를도 없이 그래도 고단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다시는... 다시는.. 다빛 누나네, 우리 집에 올 것 같지도 않다.

우리 집 쪽에 대고 영역표시도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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