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식목일.
올케언니의 병문안을 다녀오던 중
그냥 넘어가기가 너무 아쉬워 화원에 들렀다
작은 나무 한그루를 보자마자
첫눈에 홀딱 반해버렸으므로
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가지치기를 당한
가녀리고 성긴 가지에 매달린 꽃망울이
나무의 눈물 같았다
퀭한 눈에 그렁그렁 부풀어있다 금방이라도,
툭!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눈물
분홍빛 눈물
집으로 데려와
물고기가 사는 어항에 밑구멍을 뚫어 스티커를 붙이고
(핵가족으로 사는 물고기는, 돌절구로 이사를 시켜 대가족을 만들어주고)
화분을 만들어서 매화나무를 옮겨심었다
그래, 제법 그럴싸한 폼인 걸!
가지치기를 당해 폼이 나지 않던 나뭇가지에
지금 한창 돋아나는 싹이 위로 오르는 중이다
하-, 나무의 선도 제법 운치있게 살아나는 것이
황진이의 한복을 떠오르게 한다
이 작은 매화나무 한 그루를 거실 한 가운데로 들여놓고 부터
외로움을 타는 나는 갑자기 행복한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기어코 봄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요즘 나는 은은하게 풍기는 매화의 매력에 푸욱 빠져서는
보고 또 보고 바라보기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꽃이 활짝 피어날수록
매화의 기품이 수려하다고만 말 할 수 있는
표현력이 부족한 내가 마냥 아쉽다
이르게 핀 꽃은
지금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시들어지고 있다
나는,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에 반기를 들기로 했다
자신의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나, 한 사람이라도 외로움을 덜어주었던
한 때, 화려했던 시들어 질 꽃!
을 따서
향내나는 포프리를 만들기로 하고
마른 꽃잎을 모으는 중이다
그렇게 하면,
그저 십여 송이 피었다가
꽃으로 살다
꽃으로 사그라지었다가
다시 십여 송이 피어나는
다음 봄의 약속을 잊지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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