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라고 부르는 경험
임재정
그것은 일제히 강으로 뛰어든 누 중에서 누군지 모르는 하나가 흙탕물의 아가리 속으로 사라지는 것
냉장고가 도네 죽은 자에 대한 생각처럼 불시에, 슬픔은 네 발로 악착같이 딛고 선 이들이다
빙점 아래 혹은 슬픔은 방부제로도 그만인 질료, 다시 냉장고가 도네 비늘 하나를 떼면 놀란 풍선처럼 오늘도 사라질 텐데
악어는 흙탕물 속 자기만의 초원이 있지
튤립의 꽃잎을 헤아리면 겹겹 구근을 다 알게 된다는 듯
단호하게 냉장고가 도네
센서 스위치 너머 죽음은 참다 참다 흘러내리는 선홍색
모든 스프링은 슬픔과 함께 겨울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모든’이라는 말을 이해하면 스프링의 탄성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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