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임재정

[임재정]사다리를 탄 피노키오

문선정 2017. 11. 13. 14:53

사다리를 탄 피노키오

 


임재정




거짓말이야 당기는 음식도 오늘도 오늘이라는 구획까지도 늘이라는 항상성까지도 하늘의 떠돌이 구름조차도, 듣지 않을래 누구의 충고도 그냥 가줘 가는 척이라도 해줘 참말 거짓이야 이 부탁마저도

 

옷 그을리는 줄 모르고 난롯가에 붙은 난 왜 이리 추울까 발 동동 구르며 구름 둥둥 구월을 떠도는 중이야 혀 날름대는 불과 통성명이나 하며 손바닥에 숨어든 물무늬나 녹이며, 그러나 물무늬는 천리 밖을 맨발로 달아나고 구름 출신 물방울은 얼음 사다리를 타고 자지러지고, 귀 막고 눈 가리고 까치발로 기다려줘, 문밖을 더듬는 거짓엔 문고리가 없고

 

나는 젖은 나뭇결무늬 땅에 묻으면 꿈틀대는 얼룩 귀뚜라미가 참 좋아하는 지하 나선 계단에서 레이스 가득한 시월을 기다리지 가을은 금세 밑 빠진 겨울에 닿거든 거기선 모든 거짓이 싹터 눈으로 새하얘지니까 불도 물도 다 삼킨 나는 장차 떠돌이 구름족()의 시큰둥한 눈사람이 될 테니, 어린 나는 얼룩, 구두코가 자라는 거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