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비행
최연수
눈 맑은 햇살이
푸른 활주로를 정비하는 봄
먼 이국여행을 앞둔 민들레가 한 올 한 올 사연을 말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그곳엔
눅눅한 기억을 말려야만 쉽게 풀리는 전례가 있고
바람의 갈피에 슬쩍 끼워 넣는 오래된 비행이 있다
추락과 결항과 불시착도 있어서
질 좋은 바람을 선별해야만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차도나 바다 속으로 뛰어든
깜깜한 비행
노선을 잊은 불씨들이 오들오들 떨기도 한다
스스로 날아갈 수 없는 불안한 활주에
기분이 시들기도 하지만
하얀 날개는 차츰 부풀고
유실을 고혀한 민들레는 더 많은 씨를 껴안는다
말장화 같은 이탈리아와 코뿘 같은 캄보디아와 엎드린 강아지 같은 페루,
지구본을 돌리며 착지점을 계산하고
새털구름을 압축해 뒷목에 괸
낙천적인 꽃씨 하나,
잠꼬대를 기내식으로 떠먹으로 꿈을 순항할 거라고 한다
하강기류를 감지하면
애기똥을 노란 점멸등이 착륙을 안내해줄 것이다
난기류를 벗어나 공단으로 착지한 반쪽의 언어들은
뿌리가 얕아서
가벼운 부주의도 허투루 넘기지 못한다
몸살 앓은 송금이 있어야만 피는 국경너머의 웃음이 있다고
철야에 아직 귀항하지 못한 꽃씨들도 있다
연착 없는 알람시계가 깨우는 이른 아침
피부색 다른 걸음이
잠이모자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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