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번 접힌 자국이 있다
최연수
폐선 한 척이 구겨진 우후를 헤엄쳐 나온다
개펄을 벗어놓은 저 너머,
어렴풋 만져지는 녹이 슨 그날도
여러 번 접힌 자국이 있다
옷마다 달라지는 나이가 있듯
파도를 재는 건 그때의 파랑 아래서나 가능한 일
기분을 닫는 발밑은
바삭거리거나 눅눅하다
그에게 빚진 봄이 겨울 뒤였는지 여름 전이었는지,
뛰쳐나간 기분은 조류에 따라 달라지고
무덤덤한 쪽으로 향한 표정은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휘우듬 생각을 이어붙이는 해안을 따라가는
단추를 채우거나 풀어 젖히는
그날의 날씨
과묵한 수평선을 여전히 지퍼를 채우고
하품을 틀어막은 채 바져나간 문수 큰 저녁은
쉽사리 걸음을 신지 않는다
한 번도 경계 밖으로 흘러넘치지 않는 나는 다시,
여러 번 나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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