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바구니
최연수
우리 집에는 서로 다른 종족들이 산다
부화하기 직전의 알 같은,
둥굶의 안은 위험해서 젖은 내부가 비릿하다
서로 다른 염색체와 색깔로 뭉쳐진 감정들
상처를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사이에는 공기층이 있어
털과 털 사이의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누군가의 옷이었을 저 털
그 옷을 벗겨 꼬아 놓은 실의 온도는 몇도 일가
내 전생은 양(陽)을 좋아하나는 순한 양(洋)
양이 걸어온 모래언덕을 찾아
바구니에 담긴 털의 미세한 울음소리를 듣는다
탈모가 시작된 남편의 모낭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
취직난에 코 빠뜨린 아들의 코를 잡아주는 일
둥지를 떠난 딸이 뽑아놓은 깃털의 속내를 읽는 일
꼬인 매듭을 풀어내고
무심하게 감아놓은 시간을 봅아내서
촘촘히 짜내려간다
딱딱한 뭉치가 솔솔 풀리며
대기 중인 둥긂이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냉기로 가득 찼던 감정의 온도가 올라간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詩 읽는 기쁨 > 최연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연수]민들레의 비행 (0) | 2016.08.17 |
---|---|
[최연수]나는 여러 번 접힌 자국이 있다 (0) | 2016.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