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3 20 화요일 오후 세시...
집을 나와 동생네 집으로 가려고 합니다.
연두와 까망이가 대문밖까지 배웅을 해주었고요.
내 복장을 보고 멀리 가는 걸 눈치챘나...
따라붙지 않는걸 보면,
이녀석들의 똘똘함을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차를 타지 않고 걷습니다.
조산교를 지나 턱거리 고개를 넘기 전. 광암동 냇가에요.
옛날에는 이곳의 물길이 아주 넓고 깊어 배를 타고 다녔다는데... 너무 가물었죠?
아이들 어렸을적,
이른 저녁을 해먹고 온 가족이 마실 물을 길으러 오던 약수터도
아마 사라진듯 해요.
사라진 것이 어디 이 뿐인가요.
큰 도로가 생기기전... 이 곳의 풍경에 넋을 잃고 좋아했었는데
이젠 그 풍경... 모두 사라졌죠.
매일 이 길을 지날때마다 생각나는
병풍처럼 둘러진 절벽,
넘실거리는 냇가,
빨래터에서 들리는 방망이질 소리,
발가벗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참 그립습니다.
이런 아득한 소리가 그리워하면
왜 가슴 한 언저리가 아릿하게 저려오는지,
나만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나고 자란... 이 길을 사랑하던 사람들 모두 그러하겠지요.
오래된 마을의 뒤편에 집이 한 채 덩그러니 있어요.
주인의 바지런한 손에 잘 닦여진 항아리가 햇살을 받아 윤이 나요.
오늘처럼 햇살 좋은 날에
나도 항아리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 턱거리 고개에 있는...
아마도 우리 덕구가 잡혀와 일을 당했을거 같다는 생각을 여러번 해본 이곳은,
여기 발을 붙이고 여러가지 추측을 해 봅니다
.
.
.
여기저기서 개짖는 소리... 아닌,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은 없고, 개들만 묶여 울부짖는 이 곳...
산아래 푸른 천막을 덮어놓은 곳에서도
큰 나무 기둥 아래서도
나무판자 더미 아래서도
철창 안에서도... 개의 울음소리 끊이질 않고
...차마 사진을 다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 서둘러 이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기만 했습니다.
이 산모롱이를 돌아 오백미터 오솔길을 걸으면...
작은 도시 산 아래, 동생네 집이 나옵니다.
집에서 나와 꼬박... 1시간 40분을 걸어 온 길.
오늘은 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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