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저기... 저, 달이요...

문선정 2012. 3. 27. 19:48

 

 

하늘에 빛 하나...

지상에 빛 하나...

저기... 저, 달이요...

저거... 제 거에요!!!

 

 

 

 

 

 

 

 

 

 

 

 

 

月光

 

                                            김충규

 

 

 

달빛 한 올마다 지상을 떠나가는 숨소리가 붙어 있었다

산다는 것이 악몽이었던 시절에 달빛은 내게 파르르 떨리던 음표였다

음표가 내 몸속에 우물을 파내려 갔다 나는 달빛 하나 우물 속에 몰래 숨겼다

잉태된 달이 조금씩 자랐고 숨소리가 차츰 차오를 때마다 내 숨이 가빴다

더는 참을 수 없을 지경으로 달의 숨소리 만개했을 때

달의 가죽을 뚫고 달의 피부를 가진 여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우물같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를 가진 그 여인을 밤마다 품었다

그때마다 하늘의 달이 여우처럼 울부짖으며 숲으로 사라졌다

여인은 우물 속에 나를 닮은 아기를 낳았으나 태어나자마자 죽어나갔다

아기 하나가 죽을 때 여인의 얼굴에 구멍 하나 뚫렸다

아기 하나, 구멍 하나, 아기 둘, 구멍 둘... 아기 열둘, 구멍 열둘...

나는 손톱으로 남근을 뜯어 숲에 던져버렸다

달빛의 음표를 건드리며 밤마다 흐느끼던 여인은

달빛으로 옷을 지어 달을 향해 내게서 멀어져 갔다

내 몸속의 우물에서 밤마다 죽은 아기들의 흐느낌이 들렸다

달빛 흐드러진 날이면 어김없이 흔들리는 흐느낌,

그 흐느낌을 달의 여인이 가느다란 달빛으로 건져 올리는 소리,

나는 다만 죽은 듯이 살고 있었을 뿐이었다

달과 지상 사이, 음표가 되지 못한 내 숨소리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