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흰바람벽이있어

[백석]개구리 한솥 밥

문선정 2008. 11. 7. 23:46

- 개구리 한솥 밥

 

                                     백석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려

별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보도랑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도랑으로 가 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소시랑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시랑게야ㅑ

너 왜 우니?)

 

소시랑게 울다 말고

대답하였네-

(발을 다쳐

아파서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소시랑게 다친 발

고쳐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논두렁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논두렁에 가 보니

방아다리 한 마리

엉엉 우네.

 

방아다리 우는 것이

가엽식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방아다리야

너 왜 우니?)

 

방아다리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길을 잃고

갈 곳 몰라 운다.)

 

개구리 바쁜 길

잊어버리고

길 잃은 방아다리

길 가리켜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복판 땅구멍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루리 닁큼 뜅

땅구멍에 가 보니

소똥굴이 한 마리

엉엉 우네.

 

소똥굴이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똥굴이야

너 왜 우니?)

 

소똥굴이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구멍에 빠져

못 나와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구멍에 빠진 소똥굴이

끌어내 줬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섶 풀 숲에서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풀숲으로 가 보니

하늘소 한 마리

엉엉 우네.

 

하늘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하늘소야,

너 왜 우니?)

 

하늘소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풀대에 걸려

가지 못해 운다.)

 

개구리 바쁜 길

잊어버리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웅덩이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물웅덩이 가 보니

개똥벌레 한 마리

엉엉 우네.

 

개똥벌레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개똥벌레야

너 왜 우니?)

 

개똥벌레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물에 빠져

나오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주었네.

 

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주고,

길 잃은 방아다리

길 가리켜 주고,

구멍에 바진 소똥굴이

끌어내 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내 주고......

 

착한 일 하노라고

길이 늦은 개구리,

형네 집에 왔을 때는

날이 저물고,

쌀 대신에 벼 한 말

얻어서 지고

형네 집을 나왔을 땐

저문 날이 어두워,

어둔 길에 무겁게

짐을 진 개구리,

디퍽디퍽 걷다가는

앞으로 쓰러지고

디퍽디퍽 걷다가는

뒤로 넘어졌네.

 

밤은 깊고 길은 멀고

눈앞은 캄캄하여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개똥벌레 윙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어두운 길 갈 수 없어

걱정한다.)

 

그랬더니 개똥벌레

등불 받고 앞장서,

어둡던 길 밝아졌네.

 

어둡던 길 밝아져

개구리 가기 좋으나

등에 진 짐 무거워

등은 달고

달리 떨렸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하늘소 찡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불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무거운 짐 지고 못 가

걱정한다.)

 

그랬더니 하늘소

무거운 짐 받아 지고

개구리 뒤따랐네.

 

무겁던 짐 벗어놓아

개구리 가기 좋으나,

길 복판에 소똥 쌓여

넘자면 굴어나고

돌자면 길 없었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똥굴이 휭하니

굴러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소똥 쌓여 못 가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똥굴이

소똥 더미 다 굴리어,

막혔던 길 열리었네.

 

막혔던 길 열리어

개구리 잘도 왔으나,

얻어 온 벼 한 말을

방아 없이 어찌 찧나?

방아 없이 어찌 찧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마당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방아다리 껑충

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불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근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방아 없어 벼 못 찧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방아다리

이 다리 찌꿍 저 다리 찌꿍

벼 한 말을 다 찧었네.

 

방아 없이 쌀을 찧어

개구리는 기뻤으나

불을 땔 장작 없어

쓸은 쌀을 어찌하나,

무엇으로 밥을 짓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문턱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시랑게 비르륵

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 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장장 없어 밥 못 짓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시랑게

풀룩풀룩 거품 지어

흰 밥 한솥 잦히었네.

 

장작 없이 밥을 지은

개구리는 좋아라고

뜰악에 멍석 깔고

모두들 앉히었네

 

불을 받아준

개똥벌레,

짐으 져다준

하늘소,

길을 치워준

소똥굴이,

방아 찧어준

방아다리,

밥을 지어준

소시랑게,

모두모두 둘라앉아

한솥 밥을 먹었네.

'詩 읽는 기쁨 > 흰바람벽이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석]고향  (0) 2009.11.22
[백석]쫓기달래  (0) 2008.11.08
[백석]전 별  (0) 2008.11.07
[백석]흰 바람 벽이 있어  (0) 2007.11.28
백석(白石) 의 시 연구  (0) 2007.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