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 문숙자
온 산 하얗게 빛내는 것만이
희망이고 목적이었던 것이
겨우내 서걱해 진 몸뚱이로도
저렇게 꼿꼿할 수 있는 것인가
바람 잘 날 없는 것은
돌개바람에 뿌리 채 뽑혀 나가는
아름드리 가지 많은 나무뿐이 아니다
바람을 지휘하는 격렬한 지휘봉처럼
키 작은 초록의 바람막이로
허리 휘어지는 억새를 보라
오래 써버린 철수세미처럼 엉키어진 머리
깡마른 다리로 병원을 찾는
고부라져 키 작아진 노인을 닮았다
허리 들어
마지막 떨어지는 햇살이라도 받아 마시면
지난 청춘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가보다
출처 : 쌓아올린 그리움
글쓴이 : 글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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