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초록물 조심조심 스며듭니다

문선정 2008. 7. 3. 22:27

 

 

  

 

가장 시원해 보이는 곳에 그늘 하나 만들었습니다.

햇빛으로 시장기가 몰려오는 날엔 아주 그만입니다.

 

오늘은, 마른 장마 끝에 단비가 내립니다.

그늘 위로 시원한 빗줄기 주룩주룩 내리는 날

초록물 뚝뚝 떨어집니다.

어둔 마음안으로 초록물 조심조심 스며듭니다.

나 오늘은 나무인냥 초록덩어리 산으로 오르거나

아니면 초록 깃털을 가진 새가 되어

뒷마당 키 작은 나무 위에 작은 둥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생각만 해도 바카사탕을 안은 것처럼 화- 해 집니다.

 

오늘은 초록물로 허기진 배를 채워봅니다.

그러다보니 숨어있던 현기증 시장기가 죄다 입을 벌리며 달려듭니다.

달려들어 모아지는 것들...

몽땅 쏟아내려 한쪽으로 마음 기울입니다.

비 내리는 마당 한 가운데로 와르르 쏟아지는 것들...

한참 쏟아내고 보니 다시 허기가 져 옵니다.

채워도 채워도 허기지는... 날.

 

 

- 저기 저... 파란 지붕 아래 김화백님 부부도 스레트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겠지요.

어쩌면, 키 큰 나무 잎새 위를 구르는 빗방울 연주에 취해 달콤한 잠을 즐기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 08.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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