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웅덩이
김개미
녹슨 꼬챙이 두 개를 먹었습니다
찌그러진 깡통도 한 개 먹었고요
병뚜껑도 다섯 개 먹었습니다
병 쪼가리는 무려 열일곱 개 먹었습니다
돌멩이는 셀수도 없고요
당신도 이리 가까이 오기만 한다면
아프지 않게 한입에 먹어드릴게요
보세요, 이 골목의 하늘도 제가 접수했습니다
저기, 덤프트럭이 오는군요
순식간에 제가 납작해지겠군요
아니 잠깐 없어지겠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괜찬습니다, 늘 있는 일입니다
잠시 죽었다가 깨어나면 그뿐
나는 피 흘릴 줄 모릅니다
아파할 줄 모릅니다
김개미시집 :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문학동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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