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김개미

[김개미]해맑은 웅덩이

문선정 2018. 5. 21. 23:40

해맑은 웅덩이


김개미





녹슨 꼬챙이 두 개를 먹었습니다

찌그러진 깡통도 한 개 먹었고요

병뚜껑도 다섯 개 먹었습니다

병 쪼가리는 무려 열일곱 개 먹었습니다

돌멩이는 셀수도 없고요

당신도 이리 가까이 오기만 한다면

아프지 않게 한입에 먹어드릴게요

보세요, 이 골목의 하늘도 제가 접수했습니다


저기, 덤프트럭이 오는군요

순식간에 제가 납작해지겠군요

아니 잠깐 없어지겠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괜찬습니다, 늘 있는 일입니다

잠시 죽었다가 깨어나면 그뿐

나는 피 흘릴 줄 모릅니다

아파할 줄 모릅니다




김개미시집 :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문학동네 2017)


'詩 읽는 기쁨 > 김개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개미]높은 옥수수밭  (0) 2018.05.21
[김개미]절개지에 누워  (0) 2018.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