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장터
공광규
입을 꼭 다문 아버지는
죽은 동생을 가마니에 둘둘 말아
앞산 돌밭에 가 당신의 가슴을 아주 눌러놓고 오고
실성한 어머니는 며칠 밤낮을
구구 울며 마을 놑밭을 맨발로 쏘다녔다
비가오는 날마다
누군가 밖에서 구구구 젖을 구걸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머니는 "누구유!"하며 방문을 열어 젖혔는데
그때마다 산비둘기 몇 마리가
젖은 마당에 상형문자를 찍어놓고 돌밭으로 날아갔다
어머니가 그걸 읽고 돌밭으로 가면
도라지꽃이 물방울을 매달고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