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최문자

[최문자]꽃은 자전거를 타고

문선정 2007. 7. 14. 01:04

 

 

     

 

 

꽃은 자전거를 타고/최 문 자

 

그녀가 죽던 날

꽃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녀의 남자가 입원실 현관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막 아네모네 꽃을 내리려고 할 때

그녀의 심장이 뚝 멎었다

꽃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영안실 근처로 갔다

죽을 자리에서도 타오른다는 아네모네가

놀란 자전거를 타고 앉아

헛바퀴만 돌리고 또 돌렸다

 

그날,

꽃은 온종일 자전거에 끌려 다녔다

꽃을 태운 자전거는 참았던 속력을 냈다

꽃도 그녀처럼 저전거를 타고 앉아

남자의 등을 탁탁 때리며 달렸다

꽃의 내부가 무너지도록 달렸다

마지막 꽃 한 송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뭐라고 말했지만

바람이 그 말을 쓸어갔다

그날,

빈 자전거 한 대

고수부지 잡석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시와 시학'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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