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의 窓 .../영화 속으로 -

[영화]리틀 애쉬스

문선정 2010. 4. 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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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리틀 에쉬스 <Little Ashes, 2008>

감  독 : 폴 모리슨(Paul Morrison, 1944~   )

주  연 : 로버트 패틴슨, 자비에 벨트란 매튜 멕널티

날  짜 : 2010년 4월 11일(토)

장  소 : 예술의 전당 소극장 '정준모의 영화가 들려주는 미술이야기 ' 1층 B열 60번

 

 

"달리와 시인 친구의 동성애" 를 보여주는 달리의 청소년기 이야기

 

차라리 그들이 만난 건 불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술을 통해 만난 이들(살바르도 달리와 페데리코 가르시아)은 자기의 성정체성을 표출하는 끈을 놓지 않으면서 정신적인 방황을 끊임없이 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도대체 지저분한 동성애를 보여주자는 것인지... 화가를 둘러싼 환경을 보여주고자 하면서 예술을 승화시키는데 목적을 둔 영화인지 다소 짜증과 싫증이 나면서도 집요한하고 오묘한 공간속으로 더 깊숙한 영화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그 뭔가가 분명 있었다.

 

달리는 어려서부터 자신만이 1인자여야 했다. 기고만장할 정도로 남을 무시했으며 자신만이 우월하다는 내면속 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어갔다. 너무나도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달리는 자신의 삶 자체를 몽환적이고 추상적으로 이끌고 간다.

지나칠 정도로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예술가들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 졌으리라.  달리의 정신세계 역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한 것처럼 달리의 그림세계 역시 복잡미묘함 속에도 철학이 숨겨져 있다. 그렇지만 내면속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주체하지 못하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에는 성공했다고는 인정해 주고 싶지만, 달리라는 인물의 인격을 두고 "진정한 자유가"라고 불러주기는 싫다.

하지만 달리의 그 집요한 공간속의 그림을 보면 진정한 자유 속에 고되고 고된 인생을 틈틈히 볼 수 있다. <기억의 영상>이라는 그림 속의 더위에 축 늘어진 시계를 보면 달리의 정신은 남들보다도 더욱 특이하게 보인다.

어쩌면 우리들의 개념속에 표현하지 못하는 축 늘어짐의 표현을 저톡록 적절하게 했을까? 눈으로만 보여지는 것뿐이 아니라 마음속 저 깊은 곳에 깊게 패인 우물 같은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달리의 모든 작품은 평법한 사람들이 통상 생각하고 있는 불변의 법칙을 흔들어버리고도 남음이다. 흔들리는 순간 그림속의 무안한 사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한한 상상력의 발동이 걸린다. 내가 믿고 있고 갖고 있었던 휴머니즘의 세력을 비워내고 덜어내고 또 다른 신기한 것들로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달리의 삶 자체는 당연 닮고 싶은 면은 없지만, 거의 비정상적인 생각으로 채워진 그림을 보면 생각의 갈래가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속 달리와 페데리코의 동성애적인 장면을 보여준 바닷속 풍경과,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풍광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다. 또 장면장면마다 보여주는 남자 주인공들의 아름답다는 평을 해도 아깝지 않을 의상감각은 얼마 전에 보았던 우리나라 영화 "모던보이"를 생각나게 했다.

 

앙드레 부르통이 초현실주의를 선언했던 시대에 살바르도 달리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그린 그림과 함께 초현실주의의 화가들과 합세하였다. 다다이즘 속의 무의식의 세계에서 샤갈이나 피카소 같은 화가들의 동화속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 그림은 우리들에게 무안한 상상력을 일깨워준다는 유명한 화가로 알려왔지만, 달리의 그림 역시 참으로 괴이한 동화속 이야기를 꾸며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해도 되겠다. 한편으로는 초현실주의의 그림이나 이런 화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는 픽션 또는 허구로 보일 수도 있겠다.

 

                                                                  

                                                                                                                                             20100410 토요일  / 문숙자

 


 

 

영화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2.

그림은 나의 힘

 

 

 

              달리, 그 젊은 날의 초상

 -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와 영화 <리틀 애쉬스>

 

'달러에 굶주린 화가'라는 별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가로서 뿐만 아니라 무대미술가, 영화감독, 보석디자이너, 판화가, 삽화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력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면서 이미 생전에 '살아있는 전설'로 등극한 살바르도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는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같은 삶을 살았던 화가이자 인간이다.

달리는 편집광적인 집착과 광기 그리고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삶과 행동으로 스캔들을 몰고 다닌 사람이었다. 천의 얼굴을 가지고 기행을 일삼았던 사람으로 그를 영화화하기에 모자랄 것 없는 삶을 살았다. 이와 함께 생전에 이미 미술시장의 중심작가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향유한 몇 안 되는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자기선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기행을 일삼았는데 오늘날 데미안 허스트(Demian Hirst, 1965~ )나 제프 쿤스(Jeff Koons, 1955~ )같은 작가들에게 한 수 가르쳐 준 원조에 속한다. 그의 이런 기행의 한 예를 보면 1955년 파리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흰 롤스로이스를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든 것은 아니었다. 그는 S.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정신분석학에 공감해서 의식 속의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세밀하면서도 정교하고 자상하게 표현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것이지만 마치 어디선가 보았던 또는 어느 곳에선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이런 방식으 그림을 스스로 '편집광적, 비판적 방법'이라고 불렀는데 그의 이런 비법은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환각을 객관적이며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20세기 미술사에 그리고 초현실주으 미술운동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다.

 

매우 조숙했던 그의 이런 행동은 어려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청소년기부터는 인상파나 점묘파, 미래파의 특징을 터득하고 입체파나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의 형이상회화에 몰입하면서 다양한 화풍을 섭렵한 뒤 이후 마드리드의 미술학교에 진학한다. 하지만 본인이 채점할 선생보다 미술사에 정통하다는 이유로 답안지 제출을 거부해서 퇴학을 당한다.

 

1928년 파리로 나가 초현실주의 화가나 시인들과 교유하였고 이듬해엔 최초의 개인전을 연다. 이때 A.부르통(Andre Breton, 1896~1966)에 의해 그는 초현실주의 그룹의 정식회원이 된다. 그리고 한차례 분열위기를 맞았던 초현실주의는 달리와 그의 친구 루이스 뷰뉴엘(Luis Bunuel, 1900~1983)의 합세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특히 달리 특유의 댄디즘과 센세이셔널리즘은 그를 단박에 초현실주의의 대표작가로 만들어준다.

 

특히 그는 하나의 대상을 2중 3중의 다른 이미지로 보이는 병적인 착각을 이용해서 말이 여인의 나체로 보인다거나 하나의 풍경이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것 같은 중복상을 교묘하게 표현했다.

 

1937년 달리는 이탈리아 여행 후 점차 고전주의에 경도되면서 1939년 초현실주의 그룹에서 제명되기에 이른다. 그 뒤 연극무대장치와 고급상점의 실내장식, 보석디자인 등의 일을, 1940~55년에는 미국에서 살면서 독특하고 기묘한 행위미술에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이후 그는 종교저거인 그림에 손을 대기도 하지만 초기 그의 회화적 성과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무튼 20C미술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주었던 그가 84세로 세상을 뜨기 직전 스페인의 시인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 1898~1936)와의 관계를 처음으로 밝힌다. 청년시절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했던 달리와 로르카가 서로를 천재라고 인정하며 우정을 넘는 사랑을 나눈 사이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젊은 날의 방황과 도를 넘는 사랑이야기는 영화로 완성되는데 이것이 영화 <리틀 에쉬스, Little Ashes, 2008>이다. 달리의 1927년 작품 <리틀 에쉬스>(Little Cinders , (Cenicitas).1927, 유화, 63.5X48.3cm. 레이나소피아밋둘관 소장, 마드리드)에서 제목을 따 온 이 영화는 달리의 청년시절 벙상치 않았던 삶의 단면을 다루고 있지만 한편 그의 친구인 로르카의 삶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는 18세의 나이에 마드리드 왕립학교에 도착한 달리가 학교에서 로르카와 루이스 ㄷ부뉴엘을 만나 예술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격정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담은 청색빛 물 속 장면은 신선한 동시에 상징적이다.

 

폴 모리슨(Paul Morrison, 1944~ )이 감독한 이 영화에서 달리역은 영화 <트와일라잇, Toilight>(2008)에 출연해 10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 1986~ )이, 로르카역엔 자비에 벨트란(Jabier Beltran,1983~ )이 그리고 후에 달리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부뉴엘 역에는 매튜 멕널티(Mattheo McNulty, 1982~ )가 열연했다. 그의 악명 높은 기행은 양쪽 끝으로 틀어올린 철판을 자른 듯한 콧수염과 검은 정장에 발간 넥타이, 황금 손잡이가 달린 지팡이, 살기 번득이는 눈빛 등 독특한 생김새와 옷차림,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대중들의 관심과 매스컴의 집중을 이끌어냈는데 그의 이런 삶은 영화화하기에 매우 알맞은 소재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 <리틀 에쉬스.이후 달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두 편이나 제작되고 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Jose Antonio Dominguez Banderas, 1960~ )가 달리 역을 맡고 사이몬 웨스트(Simon West 1961~ )가 연출하는 영화 <달리>가 그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달리가 미국에 이주한 후 성공과 스캔들을 다룬다. 특히 달리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모델이며 뮤즈와도 같았던 갈라(Gala Dali,1894~1982)와의 관계에 중점을 둘 것이라 한다. 갈라역은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 Jones,1969~ )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달리에 관한 세번째 영화는 <달리와 나, 초현실적 이야기>(Dali & I, The Surreal Story)이다. 이 영화에서는 알 파치노(Alfredo James Pacino,1940~ )가 달리역을 맡는다. 이 영화는 '달리의 후반기 작품들은 대부분 가짜, 엉터리라고 주장하면서 달리는 사기꾼'이라고 하는 벨기에 작가 스탄 라우리센스(Stan Laurywwens, 1946~ )가 쓴 전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 작가의 이야기가 거의 동시에 세편이나 제작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달리의 삶과 예술이 최근 영화화되고 있지만 실은 그와 영화와의 인연은 의외로 깊다. 달리가 꿈속에서 섬광처럼 스쳐가듯 보았다는 축 늘어져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시계를 비롯해서 많은 그림 속 이미지들이 스릴러 영화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히치콕(Alfred Joseph Hitchcock, 1899~1980)감독과 협력해서 만든 영화 <스펠바운드, Spellbound, 1954>에서 꿈의 장면에 차용되어 나타난다.

 

그는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실은 1928년 그의 친구 부뉴엘과 함께 만든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 17분)라는 매우 독특한 초현실주의 기법의 영화를 제작 감독한 영화인이기도 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소녀의 눈을 면도칼로 베는 장면은 섬뜩한 느낌을 주는데 <리틀 에쉬스>에서도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런 독창적인 생각으로 달리느 ㄴ새로운 영화미학의 출현에 많은 공헌을 남긴다. 또 부뉴엘과 함께한 또 다른 영화 <황금시대>(L'age D'or, 1930)는 당시 파리 지식인들의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들춰낸 영화로 상영 당시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이 화면을 향해 잉크를 던지고 좌석을 찢는 등의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항상 초현실의 세계를 거닐면서도 현실에서 모든 것을 구할 줄 알았던 달리는 어쩌면 초현실주의를 파는 장사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준모 : 

- 미술 평론 문화정책

-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전) 덕수궁 미술관장 및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 제 1회 광주 비엔날레 전문위원, 대변인, 전시부장

- 현) 국민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