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김영현

[김영현]마른 수수깡의 연가

문선정 2007. 9. 14. 00:38

   - 마른 수수깡의 연가 / 김영현

 

 

 

 

철자법이 틀린 너의 편지를 읽는다

뜰에는 난초가 피어 있고,

마른 수수깡 속으로

빈 바람소리만 지나간다

 

친구여,

너의 편지를 읽으면 까닭없이 외롭다.

세월이란 물 흘러가듯

조용조용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문득 흘러가는 것이란 걸

나는 지금에사 깨닫는다.

 

너의 편지와 뜰에 핀 노란 난초를 보며......

 

마른 수수깡 같은 내 가슴 속으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철자법이 틀린 너의 편지 위로

빈 바람이 스쳐간다.

 

 

 

사랑을 머금은 자 이 봄, 목마르겠다(시인학교 육필 시화선집) / 랜덤하우스 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