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수수깡의 연가 / 김영현
철자법이 틀린 너의 편지를 읽는다
뜰에는 난초가 피어 있고,
마른 수수깡 속으로
빈 바람소리만 지나간다
친구여,
너의 편지를 읽으면 까닭없이 외롭다.
세월이란 물 흘러가듯
조용조용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문득 흘러가는 것이란 걸
나는 지금에사 깨닫는다.
너의 편지와 뜰에 핀 노란 난초를 보며......
마른 수수깡 같은 내 가슴 속으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철자법이 틀린 너의 편지 위로
빈 바람이 스쳐간다.
사랑을 머금은 자 이 봄, 목마르겠다(시인학교 육필 시화선집) / 랜덤하우스 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