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홍성란

[홍성란]명자꽃

문선정 2007. 8. 16. 05:39

명자꽃 /홍성란(1958~    )

 

 

후회로구나

그냥 널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명자꽃 혼자 벙글어

촉촉이 젖은 눈

 

다시는 오지 않을 밤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 나는 명자꽃을 본 일이 없다. 누군가와 살아도 명자꽃 울타리 안에서 그녀는 늘 혼자 산다. 어디선가 명자꽃이 비단처럼 흰꽃을 피운다 하고 어느 책에선 명자꽃이 동백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사랑'과 함께하진 못한다.

그래서 만해도 여자를 '님'으로 치환한 건지 모른다. 여성이 민족이 되고도 남았던 것이다.

명자꽃아 종생 '후회로다' 하여라. 그 후회만 명자꽃이리.

담맷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빼 가느란 손가락에 걸더니 화아,

마음 같은 담배 한 대 푸우는 명자 여자가 있다.

 

<고형렬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