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꽃 / 김경진
꽃들은 얼굴을 마주볼 때 아름답다 술패랭이꽃이 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내의 얼굴에 핀 기미꽃을 본다 햇볕의 직사포를 피하기 위해 푹 눌러쓴 모자에도 아랑곳없이 자꾸 얼굴에 번져가는 아내의 꽃, 사시사철 햇볕이 없을 수 없듯 피할 수 없이 아내의 얼굴엔 피어난 꽃이 늘어간다 아내는 몸 꼭대기에 꽃밭을 이고 다니는 것이다 기미꽃, 죽은깨꽃, 주름꽃 다양한 아내의 꽃밭에서 그래도 볼 위에 살짝 얹어진 웃음꽃이 가끔씩 위안으로 피어난다 술패랭이꽃들이 몸을 부비는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아내의 손바닥에 글씨를 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항상 내 곁에 있다고
김경진 시집 - 사랑은 낮은 곳에서 운다> /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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