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째 雨中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
촤르르촤르륵...
17층에서 들리는 이 소리만으로도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웬만하지 않는 비소리는 17층까지 올라오지 않으니까...
이렇게 세차게 내리는 비가 싫지는 않은데
문득,
햇볕이 그립다.
라는 생각을 했다.
방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이불도 그렇고
눅눅하게 말라가는 널려진 빨래도 그렇고
눅눅하게 가라앉은 집안 구석구석의 것들이
해의 냄새를 맡고자 발름발름거리는 것들이 눈에 거슬리는 것 투성이다.
이런 마음이 들었을 때,
순간, 어두웠던 주변이 반짝하더니! 환해졌다.
하늘을 거뭏게 덮고 있던 먹장구름이 멀리멀리 흘러가고
파랗게 씻겨진 하늘이 빛을 발한다.
아!
해냄새!
해의 냄새다!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뿌연 하늘에서만 비가 오는 줄 알았다.
저 푸른 하늘에서 여우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