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걸.
서두를 걸...
여름이 꽤 깊어있는 걸 느끼는 중이다
도라지 꽃을 보고...?
피는 꽃
지는 꽃
피고지고 피고지고 피고지고
올 여름 아쉽게도 놓쳐버린 시간이었다고
꽃이 일러 주는 아침
꽃이 말을 건넨다
아주 오래전에 질문을 했던 것 처럼...
내 사랑이 풋풋하게 물오를 즈음
이제는 옛날이 되어버린 그 때
그가 내게 물었다
"무슨 꽃을 좋아 해?"
"도라지꽃... 이요."
왜 좋아 하는데?
무엇 때문에 좋아하는데?
누군가 내게 물어 볼 때도 그랬고
가끔씩은 내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툭 던져보았지만
그저 막연히도 좋았기에
"그냥, 도라지 꽃이 좋아요!" 라고 대답 했었다
유년시절,
아버지는 무릎에 어린 나를 앉혀놓고 도라지타령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리라는
막연한 추측만이 감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도라지꽃을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내가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 가사 때문에 그저 막연하게 도라지꽃이 좋기만 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한 두 뿌리만 캐어다가 내 바구니에 스리살짝 담아 볼까...'
얼마나 이쁘면 살짜기 내 바구니에 담을까... 싶어서...
그 때문이었을까...?
중학교 시절부터,
조화로 만드는 도라지꽃의 맵시와 은은한 색에 매료되어서는
무수히도 많은 도라지꽃을 수북수북 만들었던...
그렇게 좋아하게 된...
아주 사소한 이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라지꽃이 되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고 계절이 지나고...
도라지꽃이 필 무렵이었으니 여름이었을 거다
어느날 그가 오더니
불쑥 도라지꽃을 내 밀었다
그림에서만 보았던 도라지꽃,
빳빳한 천으로 만들었던 도라지꽃이
뿌리 채 뽑혀져서는 생화 한 무더기로 내 앞에 놓여졌다
그는,
산 아래서 멀리 보이는 도라지 꽃을 뽑으러 올라갔단다
꽃의 줄기를 한 손으로 움켜 잡은 순간
그 밑에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던 뱀과 눈이 마주쳤단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름과 동시에 움켜 잡은 도라지꽃을 뿌리채 뽑아들고
올라갈 때 약간의 시간을 들였던 거리를
단숨에 단 몇 초만에 줄행랑을 치듯이 정신없이 뛰어 내려왔단다
그렇게 뽑혀져 온 도라지 꽃이 내 앞에 놓여져 있었다
그 때, 나는 처음으로 도라지꽃을 보았다
무척 고왔다
조화로 만들었을 때의 느낌보다는
손끝에서 느끼는 야들야들한 감촉과 은은하게 뿜어져나오는 색을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눈에 확 띠는 예쁜 꽃을 보고는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들길을 걷다가
산 길을 오르다가
우연히 눈 길을 끄는 키작은 꽃을 보고야
등을 내리고
무릎을 꺾어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아주 겸손한 마음이 되어서야
톡- 톡- 조심조심 손끝으로 건드려만 볼 뿐이다
혹여, 너무 세게 건드렸다가는
한 낮의 잠을 깨울까 봐서...
새근새근 숨을 내 쉬는 나른함이 푹하고 고개를 떨굴까 봐서...
찰칵하는 셧터소리마저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조심 톡- 건드리고는 살짜기 사진을 찍는 게 전부이다
도라지꽃은 색다르게 좋아하는 꽃으로 내 가슴에 자리 잡았다
그냥,
이 꽃을 보면...
이 꽃을 생각하면...
아버지의 노래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므로
그리고 또
"니가 좋아하는 도라지꽃이야!"
그 때 그 청춘 얼굴이 아련하게 피어오름으로...
이제는 중년의 아저씨로 내 옆에 있는...
예전에 이 꽃을 준...
'내 삶이여, 고마워요! > 오-늘, 하루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도... 돼? (0) | 2007.08.09 |
---|---|
결핍증... 증세 (0) | 2007.07.23 |
시원하다 시원하다 (0) | 2007.07.23 |
도라지 꽃 주변에는 (0) | 2007.07.23 |
오늘 아침 도라지꽃 (0) | 2007.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