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꽃들을 위해 든든한 집이 되어 줄 것이다

문선정 2007. 7. 15. 22:49

 

 

-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누가 여기에 꽃을 심을 생각을 했을까

옛날, 똥밭에서 열리는 열매 과일들의 튼실함을 생각나게 하는 이것의 변신에 놀라움에 멈추어야 했다

 

코를 막고 흘러내리는 배설물이나 담아낼 줄 아는 변기통은

평생 냄새나는 배설물을 담고 살 줄 알았던 변기통은

이렇게 화려하게 등극할 줄 감히 꿈이나 꾸었을까

 

보라!

얼마나 우아한 자태로 꽃을 담고 있는지.

대견하다는 생각 들지 않는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보물이 발견된다고들 하지

이렇게 발견된 보물이 더 신기하다고들 하지

 

지나가는 이 중 어떤 이들이나, 지켜보고 있는 다른 화분들이 

흥- 콧방귀를 뀌며

"그래봤자 너는 변기통이야!" 이런 시기하는 류들도 있겠지만

 

보라!

이 변기통은... 아니아니아니, 꽃을 함북 담고 있는 화분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습해도 건조해도

제 몸 속에 담고 있는 꽃들을 위해 든든한 집이 되어 줄 것이다

 

변기통인지 화분인지도 모르고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화분에 꽃을 심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일거다

그 중, 저기 봐! 변기통에 꽃을 심었어! 우하하~ 하고 웃고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건 변기통이 아니다

변기통이라 이름 부르지 마라

꽃을 담고 있으니 화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갈 것이다

꽃에게는 더없이 아담하고 듬직한 집이다  

분명 꽃의 집이다 

 

참 멋진 화분이다!

정말 멋진 화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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