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누가 여기에 꽃을 심을 생각을 했을까
옛날, 똥밭에서 열리는 열매 과일들의 튼실함을 생각나게 하는 이것의 변신에 놀라움에 멈추어야 했다
코를 막고 흘러내리는 배설물이나 담아낼 줄 아는 변기통은
평생 냄새나는 배설물을 담고 살 줄 알았던 변기통은
이렇게 화려하게 등극할 줄 감히 꿈이나 꾸었을까
보라!
얼마나 우아한 자태로 꽃을 담고 있는지.
대견하다는 생각 들지 않는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보물이 발견된다고들 하지
이렇게 발견된 보물이 더 신기하다고들 하지
지나가는 이 중 어떤 이들이나, 지켜보고 있는 다른 화분들이
흥- 콧방귀를 뀌며
"그래봤자 너는 변기통이야!" 이런 시기하는 류들도 있겠지만
보라!
이 변기통은... 아니아니아니, 꽃을 함북 담고 있는 화분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습해도 건조해도
제 몸 속에 담고 있는 꽃들을 위해 든든한 집이 되어 줄 것이다
변기통인지 화분인지도 모르고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화분에 꽃을 심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일거다
그 중, 저기 봐! 변기통에 꽃을 심었어! 우하하~ 하고 웃고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건 변기통이 아니다
변기통이라 이름 부르지 마라
꽃을 담고 있으니 화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갈 것이다
꽃에게는 더없이 아담하고 듬직한 집이다
분명 꽃의 집이다
참 멋진 화분이다!
정말 멋진 화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