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떠나는... 우리 님...♪ 이 노래가 왜... 생각이 나는 걸까.

문선정 2007. 5. 15. 01:43

 

 

 

햇살이 하도 짱 해서 질끈 눈을 감아버렸던 어느 봄 날이었을 겁니다.

이맛살 위로 쏟아지는 빛이 어찌나 강하던지

반짝이는 모든 것들이 어지럼증과 함께 해멀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어요.

정신 차리자고 막 고개를 드는 순간,

매일 보던 골목길에 낯 선 곳으로의 처음 발을 디딘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간, 매일 다니던 이 골목 길이 어쩜 이리도 아름답게 보였을까요.

쓸쓸함이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이... 골목길에 처음 온 것 처럼요... 

 

그제서야 나는...

이 아름다운 골목길에 매일 발자국을 찍고 있었구나!

그런데도 몰랐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욀칵 눈물이 쏟아질 것 만 같았습니다.

왜냐구요? 왜 눈물이 날 것 같았냐구요?

그냥요...

햇살이 눈 부셔 차마 실 눈 조차 뜨지 못 할 이 환장할 봄 날에...

아주 천천히 봄 날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이 골목길에 나의 쓸쓸함도 에돌고 있었어요.

 

아! 올 해도 이렇게... 봄 날은 가는 구나...

나는 왜 하필 여기서... 

내 인생의 봄 날이 흝어지듯이 사라지는 것을 처음 느꼈을까요.

한영애의 "봄 날은 간다.."라는

구슬픈 노랫 말이 내 입에서 흥얼거려졌고...

흥얼거리는 노래가락 만큼이나

나를 덮치는 쓸쓸함이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세월을 견딘 만큼이나 오래된 구멍 숭숭 뚫린 블럭으로 된 담장안에서

벚꽃 나무가 길게 목을 내어 빼고 골목 안을 살피고 있었어요.

봄이란 녀석이 오래 된 담장 너머로 월담을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스치자

녀석의 월담을 숨 죽여 지켜 보기로 했지요.

 

벚꽃 나무 무성한 가지 사이로 낡은 담장과 걸맞은 낡은 기와 위로

푸른 하늘 또한 어찌나 푸르던지요.

때 맞추어 지나는 바람이 월담하는 봄을 살짝살짝 매만져 주니까

신바람난 벚꽃 나무가 더욱 더 목을 길게 빼어 골목 안을 기웃거렸어요.

이 때... 나는...

가까이...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 아주 조심스레 다가가서...

월담을 즐기는 봄을 내 작은 피사체 안에 담았습니다.

챨칵~

아! 카메라의 셧터 소리가 어쩜 그리도 경쾌하게 들렸는지... 

지금도 그 소리가 생생하네요.

 

그 날,

햇살이 하~ 눈 부셔 환장할 봄 날에

나는 아주 오랫동안을 이 골목길에서

봄 날의 오후를 서성이며 보냈습니다.

지나간 봄 날을 지켜 보았던...

내 지나간 봄 날의 생이 흝어져 뿌려졌던

잊지 못 할 골목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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