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하도 짱 해서 질끈 눈을 감아버렸던 어느 봄 날이었을 겁니다.
이맛살 위로 쏟아지는 빛이 어찌나 강하던지
반짝이는 모든 것들이 어지럼증과 함께 해멀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어요.
정신 차리자고 막 고개를 드는 순간,
매일 보던 골목길에 낯 선 곳으로의 처음 발을 디딘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간, 매일 다니던 이 골목 길이 어쩜 이리도 아름답게 보였을까요.
쓸쓸함이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이... 골목길에 처음 온 것 처럼요...
그제서야 나는...
이 아름다운 골목길에 매일 발자국을 찍고 있었구나!
그런데도 몰랐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욀칵 눈물이 쏟아질 것 만 같았습니다.
왜냐구요? 왜 눈물이 날 것 같았냐구요?
그냥요...
햇살이 눈 부셔 차마 실 눈 조차 뜨지 못 할 이 환장할 봄 날에...
아주 천천히 봄 날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이 골목길에 나의 쓸쓸함도 에돌고 있었어요.
아! 올 해도 이렇게... 봄 날은 가는 구나...
나는 왜 하필 여기서...
내 인생의 봄 날이 흝어지듯이 사라지는 것을 처음 느꼈을까요.
한영애의 "봄 날은 간다.."라는
구슬픈 노랫 말이 내 입에서 흥얼거려졌고...
흥얼거리는 노래가락 만큼이나
나를 덮치는 쓸쓸함이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세월을 견딘 만큼이나 오래된 구멍 숭숭 뚫린 블럭으로 된 담장안에서
벚꽃 나무가 길게 목을 내어 빼고 골목 안을 살피고 있었어요.
봄이란 녀석이 오래 된 담장 너머로 월담을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스치자
녀석의 월담을 숨 죽여 지켜 보기로 했지요.
벚꽃 나무 무성한 가지 사이로 낡은 담장과 걸맞은 낡은 기와 위로
푸른 하늘 또한 어찌나 푸르던지요.
때 맞추어 지나는 바람이 월담하는 봄을 살짝살짝 매만져 주니까
신바람난 벚꽃 나무가 더욱 더 목을 길게 빼어 골목 안을 기웃거렸어요.
이 때... 나는...
가까이...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 아주 조심스레 다가가서...
월담을 즐기는 봄을 내 작은 피사체 안에 담았습니다.
챨칵~
아! 카메라의 셧터 소리가 어쩜 그리도 경쾌하게 들렸는지...
지금도 그 소리가 생생하네요.
그 날,
햇살이 하~ 눈 부셔 환장할 봄 날에
나는 아주 오랫동안을 이 골목길에서
봄 날의 오후를 서성이며 보냈습니다.
지나간 봄 날을 지켜 보았던...
내 지나간 봄 날의 생이 흝어져 뿌려졌던
잊지 못 할 골목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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