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이대흠

[이대흠]동그라미

문선정 2007. 5. 1. 23:20

      - 동그라미 

 

                                           이대흠

 

 

 

 

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

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나무의

잎도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밤낭구 잎은 푸르딩딩해

지고 밭에서 일 하는 사람을 보면  일 항가 댕가 하기에 장

가 가는가라는 말은 장가 강가가 되고 애기 낳는가라는 말

은 아 낭가가 된다

 

강가 낭가 당가 랑가 망가가 수시로 사용되는 어머니의 말

에는

한사코 ㅇ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남한테 해꼬지 한 번 안하고 살았다는 어머니

일생을 흙 속에서 산,

 

무장 허리가 굽어져 한쪽만 뚫린 동그라미 꼴이 된 몸으로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가진 것을 퍼주신다

머리가 발에 닿아 둥글어질 때까지

C자의 열린 구멍에서는 살리는 것들이 쏟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