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그라미
이대흠
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
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나무의
잎도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밤낭구 잎은 푸르딩딩해
지고 밭에서 일 하는 사람을 보면 일 항가 댕가 하기에 장
가 가는가라는 말은 장가 강가가 되고 애기 낳는가라는 말
은 아 낭가가 된다
강가 낭가 당가 랑가 망가가 수시로 사용되는 어머니의 말
에는
한사코 ㅇ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남한테 해꼬지 한 번 안하고 살았다는 어머니
일생을 흙 속에서 산,
무장 허리가 굽어져 한쪽만 뚫린 동그라미 꼴이 된 몸으로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가진 것을 퍼주신다
머리가 발에 닿아 둥글어질 때까지
C자의 열린 구멍에서는 살리는 것들이 쏟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