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 17
-"찡"한 말
김명
'우리'라는 말 참 정답지요
들녘에 쏟아지는 따스한 온기 같은 말
혼탁한 세상에서 의심 없이 꿀꺽 받아먹는 청정한 물맛
행간을 한 칸 두 칸 멀리 두어도 부드럽게 읽히는 단맛
땀 흘리는 얼굴에서 배어 나오는 편안한 미소 같은 말
한동안 잊고 살았던 힘겨운 저편에서 손짓하는 말
시시한 이야기를 서랍에서 꼬깃꼬깃 꺼내 놓아도 마주 손뼉을 치며 정답게 받아주는 말
오래된 그림을 함께 묵묵히 바라보는 가슴 통하는 말
어두운 골목 밝히는 환한 불꽃같은 말
치열한 꿈을 꾸는 세상에서 향기 나는 말
마치 오래전부터 미리 준비된 가족 같은
'우리'라는 말 참 찡하지요
<김명 시집 : 잠실역 1번 출구 버스 정류장 / 책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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