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시> 제 23호
『몇 개의 오븐을 지나온 창세기처럼』 출판기념회
정신차려보니 가을이 지나고 겨울 안에 제가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정신 차리고 보니 책이 나왔습니다. 아픈 정신을 끌고 다니며 원고 받고, 편집 하고, 교정 보고, 디자인 하고..어떻게 만들었는지... 혼미함 속에서 걸어다녔던 일상이 혹시 꿈이었나...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회장 인사말인 발간사를 쓰려고 긴 시간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나호열교수님의 글을 우연히 읽고 위로와 답을 찾았다고 할까요?
기존의 회장 인사말을 넣어야 할 지면에 `변방의 즐거움`을 싣고 싶다고 허락해 주십사 하고 교수님께 여쭈었습니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우리 문학회는 화려하지도 않고, 어느 협회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으니, 담고 있는 구상은 많으나 간신히 책을 만들고 나면 거창한 행사를 치룰 자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가수 조영남의 노래 모란동백과 교수님의 권두시론이 말해주는 것처럼 열정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다고 자부합니다. 변방에서의 외로움 쓸쓸함을 제대로 즐기기에 이곳 <숨,시> 작가들(소요문학회)이야말로 자유의 땅이 아닐까요?
평생지기인 고독을 끼고 희망의 길로 걸어 가야할 작가들은 자칫 행사에 치여 내실을 다지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봅니다. 그러니 행사 또한 고려하여 내실을 다지는데 도움이 되어야 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고민도 당연히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는 다른 때보다 더 진실 되고 뜨거웠습니다. ^^
시장님과 시의장님, 김동철의원님의 따뜻한 축사와 격려사, 최지호선생님의 명사회, 김영호기타리스트의 열정적인 노래..
진솔한 시담시담 대화, 질문, 문두래 이수풀선생님의 시노래, 회원 및 내빈 시낭독... 끝나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고 알찼습니다.
2017년 제 23호 <숨, 시> "몇 개의 오븐을 지나온 창세기처럼"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주신 오세창시장님, 장영미시의장님, 김동철의원님 그리고 내빈께 감사드리고, 또 작은 강의료에도 먼 먼 동두천까지 오셔서 2017년 문학강의를 해주신 여러 강사님들.. 권두시론 써주신 나호열교수님, 박무남작가의 귀한 사진과 함께 포토에세이를 써주신 조정인선생님, 나병춘선생님과 이수풀선생님, 영화평론가 윤중목선생님, 온 맘 다해 시평을 써주신 임재정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숨,시> 23호에 참여해주신 24명의 <숨, 시>작가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며 내년 2018년에는 더 발전되어 있는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수록작가_ 구하운, 김고은향, 김기화, 나병춘, 나호열, 남상례, 문경숙, 문두래, 문선정, 문인자, 문지현, 서희은, 양효숙, 윤중목, 이명숙, 이수풀, 임재정, 장동빈, 조정인, 최미경, 최지호, 큰빛, 한옥순, 허부경
-----------------
[권두시론]
변방의 즐거움 / 나호열
시인에게 시를 쓴 연유를 묻는 것이 대단한 실례인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꾸로 자신이 쓴 시에 대해 이러저러 군말을 붙이는 것 또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한 마디로 시는 시인의 정신이 변태 變態한 것이다. 시인의 심층에서 유충이나 애벌레로 꿈틀대던 불온한 생각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것! 그래서 ‘시인은 오직 시로 말한다’는 금언이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이 외로운 존재라고 하는 것은 변태한 자신의 정신이 오직 자신을 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갖는다는 것이고 일상적 소통의 언어를 벗어난 상태에서, 언어의 그물(언전言詮)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시인의 거처는 변방 邊方이 마땅하다. 인과에 얽혀있지 않은 공간, 세속의 구심력이 작동하지 않은 그 경계쯤에 서 있는 것. 그쯤에서 눈 먼 자아를 바라보고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한 톨 먼지만한 존재의 의미를 되새김 하는 것. 눈동자가 흔들리고 슬픔이 깔려 있는 허무의 끝까지 가보는 것은 그 무엇에게도 포획되지 않겠다는 아나키스트의 숙명이자 숙제라고 나는 믿고 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인간의 사랑을 믿기에는 너무 영악해져버린 나는 가끔 내가 아름다워지기를, 사랑으로 충만된 인간이 되기를 꿈꾼다. 바로 그 때, 시는 내게로 온다. 절망을 깨우치지 않으면 희망을 가질 수 없고, 세상의 냄새나는 부조리와 불안과 조우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랑의 고귀함을 운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여전히 세속화된 나와 변방에서 서성거리는 본심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내게 있어서 변방은 명예와 권력의 중심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 나온 장소가 아니라 스스로를 유배한 자유의 땅이다. 나는 이곳에서 소외와 망각을 배우고 절망을 사육했다. 나의 시는 소외와 망각이 그리고 절망이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온 노래가 되기를 소망할 뿐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2017년 12월 16일(토) <숨, 詩작가들> "몇 개의 오븐을 지나온 창세기처럼" 출판기념회
*** <소요문학회> 명칭이 <숨, 詩작가들>. 로 변경되었습니다.
'내 시간의 窓 ... > 소요문학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문학강의 (0) | 2017.11.14 |
---|---|
소요문학 제 21집[파닥파닥, 저 몸짓] 출판기념회 & 문학콘서트 (0) | 2016.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