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송찬호

[송찬호]냉이꽃

문선정 2016. 8. 17. 15:59

-냉이꽃


송찬호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긴 울음을 남기고 삼나무 숲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냉이꽃이 내게 사 오라고 한 빗과 손거울을 아직 품에 간직하고 있다

자연에서 떠나온 날짜를 세어본다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집『분홍나막신』2016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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