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문태준

[문태준]백년

문선정 2015. 11. 3. 23:03

백년

 

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일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돌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백년이라는 글씨

 

저 백년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람은 누구였을가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 뜨겁게 껴안자던 백년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백년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백년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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