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김행숙

[김행숙]옥도정기 찾기

문선정 2013. 7. 10. 17:44

 

옥도정기 찾기 / 김행숙

 

 

 

이 상처에는 서사적인 고통이 있는 것 같고,

어느 날의 기억력은 술집에서 얼결에 동석하게 된 낯선 사람과 기울이는 술잔 같고,

인생에 홀연히 나타난 한 시간 동안의 친구 같고,

우리가 새빨간 거짓말과 사실을 도무지 분별할 수 없는 사이라면 간신히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빨간 약을 구해줘, 이 말은 암호 같고, 우스갯 소리 같고,

어디선가 어두운 목소리와 밝은 목소리가 유혹한다면 너는 어두운 목소리에 끌릴 것 같고,

그래서 말을 하다가 너는 어느덧 그림자와 자리를 바꿀 것 같고,

벽의 그림자들은 비슷비슷해서 내 것과 네 것이 바뀐 것 같고,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그림자들과 싸우는 법이지, 끌끌끌, 너는 혀를 끌고 새벽에 나가는 사람 같고,

너의 혀가 길다면 조금 더 핥아 줄 것 같고,

 

 

 

 

 

현대시학 7월호/내가 읽은 나의 시-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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