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송수권

[송수권]아내의 맨발

문선정 2011. 8. 24. 21:27

아내의 맨발

-갑골문 甲骨文 


송수권






뜨거운 모래밭 구멍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꺾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 보였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취실을 향해

한밤중 병실마다 불꺼진 사막을 지나

침대차는 굴러간다

얼굴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두 눈은 감긴 채

시트 밖으로 흘러나온 맨 발


아내의 발바닥에도 그때 본 갑골문자들이

수두룩하였다

 

'詩 읽는 기쁨 > 송수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수권]여승  (0) 201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