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고영

[고영]감염

문선정 2011. 4. 30. 01:10

 

- 감염

 

                                 고영

 

 

바람이 아파서 바람이 분다고
저 헐벗은 목련나무가 아파서 목련꽃이 핀다고
엄마가 아파서 내가 아프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이슬에 발을 적신다
마음마저 젖는다
함께, 아프지 못해서 더욱, 미안한 몸으로
병원 잔디밭을 걷는다


잔디밭 끈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영안실이 보인다


저기, 울음 공장이야!


병원의 나무들이 죄다 말라 있는 건
슬픔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너무 울어서 속이 다 비었기 때문이라고
정말 그러니, 새야?


가만히 들어보니
나무에 앉아 우는 새들도 목이 다 쉬었다
허공에 하얗게 떠있는 잎사귀들
새들의 눈물이 말라져 있는 잎사귀 물결들
반짝거린다

 

 

-월간『현대시학』(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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